“다수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vs “최소한의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정보 공개 문제를 둘러싼 딜레마다. 공익성을 감안하면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불필요한 정보까지 공개되는 것은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홈페이지, 재난문자를 통해 낱낱이 공개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다. 정보를 알아야 지역 주민들이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 시 확진자 동선공개는 꼭 필요한 방역 조치다.
그러나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나눈 동선이나 확진자의 거주지, 출생연도, 성별까지 공개하는 것은 확진자에게 또다른 사생활 침해를 불렀왔다. 거주지와 나이, 성별 공개로 주변인들이라면 확진자를 특정할 수 있고 시간대별로 방문한 곳을 공개하면서 수많은 오해나 억측을 유발했기 때문. 일부 확진자 동선을 놓고 인터넷에선 ‘불륜남’, ‘업소녀’ 아니냐는 조롱섞인 비방글들을 올라오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신속한 역학 조사를 위해 확진자 진술 뿐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확진자의 동선정보를 파악해 공개한다.
‘코로나 증세’보다 ‘동선공개’가 더 무섭다는 우려도 나오자 정부는 확진자 동선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지자체별로 확진자 정보 공개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부 공개된 정보들의 인권침해 우려가 다분해서다. 정부는 공개 정보 중 확진자 거주지의 세부 주소와 직장명을 뺐다. 다만 출생연도와 성별은 여전히 공개된다.
동선정보 공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을 식별하지 않고 지역별 노출장소와 시간만 공개하자는 얘기다. 확진자 개인별 동선이 아니라 지역별로 묶어 확진자들의 방문장소와 날짜, 시간 정보만 공개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테크앤로 변호사는 “확진자의 이동경로 공개는 전염병 확산 위험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근거없는 추측이 나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별, 이름, 나이 등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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