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17일 폴란드항공 특별기편으로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200여명의 인력을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 증설 현장에 파견한다. 코로나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며, 지난달 중순 현지 인력을 철수시킨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인력을 내보내는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국인 입국제한과 하늘길 임시폐쇄 같은 조치를 여전히 시행하고 있지만 LG화학 직원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입국을 허용했다. 그만큼 LG화학의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늘어나는 유럽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에서 가동 중인 전기차 공장 증설을 올 연말까지 100만대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터키 가전업체 베스텔의 조립공장까지 매입했다. LG화학은 올해에만 폴란드를 비롯한 전 세계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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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 방불케한 '유럽요원 준비작전'━
하지만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간곡한 요청과 폴란드 정부의 전격적인 허가로 LG화학 직원 파견이 가능했다. 미래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배터리(2차전지)는 여느 소비재나 완성차 부품과는 수급 구조 자체가 다르다. 배터리사들의 발언권과 입김이 강한 '공급자 중심' 시장이다.
특히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산 배터리는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다. 한국산 배터리는 미리 만들어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게 아니다. 폭스바겐이나 벤츠, BMW 등 유수 브랜드들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예상물량이 산출되면 비로소 공장을 짓고 배터리를 생산한다.
LG화학의 폴란드공장은 이렇기 때문에 폭스바겐, 벤츠, 아우디, 르노 등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다. LG화학 공장 증설과 가동이 늦어지면 전기차 생산 차질이 심각해질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다른 곳에서 들여오는 것도 쉽지 않다. 5월 초까지 외국 기술인력 입국을 엄격히 금지한 폴란드 정부가 LG화학에 이례적으로 문을 연 배경에는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폴란드 정부는 특히 200여명의 입국자들이 한국에서 미리 코로나 검사를 통과한 후 귀국하면 이를 감안하여 격리기간을 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 한 관계자는 "출국이 임박해서까지 코로나 검사를 받고서야 폴란드 행 짐가방을 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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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영토확장 본격 재개━
LG화학은 우선 폴란드 배터리공장 증설을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70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전기차 10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전년(230만여대) 대비 줄어들겠지만 올 연말부터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 판매량이 내년 529만대, 2022년 710만대, 2023년 915만대로 늘어날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이 LG화학의 배터리 생산을 재촉하는 것 역시 전기차 시장 성장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헝가리 배터리 공장 증설을 재개하기 위해 인력을 긴급 투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전세기를 띄워 건설인력 300여명을 급파하고 공장 건설 작업을 재개했다. 삼성SDI 역시 중국 공장 증설을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이 완료된 후 공장을 짓는 구조 상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 등에서 수익을 일찌감치 낼 수 있다"며 "다만 코로나19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현지 대출 등 투자비용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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