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출신' 태구민·지성호, 나란히 국회에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20.04.16 10:28

[the300]통일부 "다양성 기대"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과 4·15 총선 지역구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제21대 총선에서 북한 외교관 출신 태구민(태영호)씨가 당선되고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씨의 비례대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며 사상 첫 복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태구민=태영호, 첫 탈북민 출신 지역구 의원


서울 강남갑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북한 외교관 출신 태구민씨는 탈북민 출신 첫 지역구 후보로 국회에 입성한 인물로 기록에 남게 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탈북민 출신 조명철 전 의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된 적은 있었지만, 지역구 후보로 탈북민 출신이 국회에 입성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태구민 당선자는 1962년 북한 평양 출생으로, 평양국제관계대학, 베이징외국어대학을 졸업했고, 1988년 북한 외무성 유럽국에서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 영국 북한 대사관이 개설(2003년)된 직후인 2004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참사로 근무를 하기도 했다. 리용호 전 외무상이 초대 주영국 북한 대사관의 대사로 재임했던 때다.

이후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을 지내다 2013년 다시 주영국 북한 대사관에 발령 받아 대사 다음 직책인 공사를 지내던 중 2016년 여름 한국으로 망명했다. 지금까지의 탈북 외교관 중 가장 고위급이다.

태 후보는 자신의 책과 강연 등을 통해 김정은 체제에 염증을 느껴 아들이 강제 귀국될 위험에 처하자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혀 왔다.

지난 2월 자신의 블로그 '남북행동포럼'에 올린 주한 외신기자회견 발언문에선 "이번 저의 선거과정을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알릴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탈북자 지성호 씨가 자신이 소개되자 목발을 들고 인사했다. 2018.01.31.




'꽃제비' 출신 지성호씨도 비례대표로 입성 유력


태 당선인과 함께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2번이었던 지성호 나우(NAUH) 대표도 21대 국회에 입성이 확실시 된다.


함경북도 출신 지성호 당선인은 2006년 탈북했다. 그는 열네살이었던 1996년 생계를 위해 석탄을 훔치던 중 기차에 깔려 팔·다리가 절단됐다. 꽃제비(길거리 쓰레기를 주워 먹는 북한 아동 지칭 은어) 출신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2010년 북한 인권단체를 만들어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돕고 있다. 2018년 1월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 초대 받아 연설을 하며 이목을 모았다.

지 당선인은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 1호 영입인재로 입당해 미래한국당으로 옮겨 비례후보로 추천됐다. 당초 비례대표 순위계승 예비명단에 배치됐다가 명단이 대폭 조정되며 당선권에 재배치, 국회 입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들은 당선 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의 상임위에 소속 되는 등 주로 외교안보 관련 분야에서 활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태구민 당선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태 당선인은 15일 당 안보연석회의에서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14일)에 대해 "(현 정부가) 남북 평화분위기만 연출했지 국면이 여전하다"고 했다.

지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북한 인권법과 아직 출범 못한 북한 인권재단 등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탈북민 정착과 북한인권문제 등과 관련한 의정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국회 진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동시에 정권에 따라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안보· 대북 분야에서 탈북민 관련 정책에 대한 기반을 다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탈북민 출신 후보자들의 당선에 대해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이 두분이 풍부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21대 국회 외교안보 전문가로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6순위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도 꼽힌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차관급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교부 1차관,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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