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물리칠 민주주의 축제"…비닐장갑 소중한 한표(종합)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4.15 12:00

차분한 분위기속 '1m 거리두기'…"국민 위한 정치를"
"이번엔 꼭 투표하자는 분위기"…비닐장갑 실랑이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울산 남구 신정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거리를 두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0.4.1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사건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도 26.7%의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보인 제21대 총선 본투표 당일인 15일 아침에도 시민들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른 오전부터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민주주의 축제의 장'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맞붙어 대권 전초전으로 불렸던 '정치1번지' 서울 종로 선거구에는 아침 이른시간부터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자치회관에 마련된 청운효자동 제3투표소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투표장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했다.

동네 주민인 친구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A씨(74)는 "미니대선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저는 어찌 됐건 종로에 수십년 살아왔으니까 지역에 대해 관심을 두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더라"라며 "새로운 국회의원들은 싸우지 않는 정치,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줄에 선 홍모씨(51)도 "(당선자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6시30분쯤 투표장를 마치고 나온 정모씨(72)도 "이 동네 40년 살았으니까 동네를 발전시켜줄 사람을 뽑았다"라며 "정치인들 세금 써서 돈 푸는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게 다 세금에서 나올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내놓은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에도 쓴 소리를 보탰다.

종로구 구기동 하비에르국제학교에 마련된 평창동 제3투표소에도 이번 총선에 대한관심을 대변하듯 긴 줄이 생겼다. 첫 투표자는 오전 5시30분부터 '처음으로 투표를 하겠다'며 투표장 문 앞을 지켰고 7시까지 10~20명의 투표 대기 줄이 계속 이어졌다.

가족들과 함께 투표장에 나온 조성빈씨(41)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출마한 만큼 주변의 투표열기가 높다고 말했다. 조씨는 "제 주변에서도 많이 투표를 하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투표를 했다"라며 "저희 할머니도 1929년생(91세)인데 사전투표를 통해 먼저 투표를 하셨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성곤 후보, 통합당 태구민(태영호) 후보 등이 맞붙은 서울 강남갑의 신사동 신구초등학교 투표소(신사동제1투표소)에는 오전 5시57분께 20여명 가량이 줄을 섰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각각 1m씩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이들의 눈에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1표씩 던지기 위한 기다림에는 설렘마저 엿보였다. 송동현씨(57)는 "(투표하러) 당연히 와야 한다. 다른 일이 있어서 아침에 나오게 됐다"면서 "인물과 정당을 보고, 평소 선호하던 후보·정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자금동 제5투표소인 의정부운전면허시험장 도로주행 교양장으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2020.4.1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투표를 통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일침을 놓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모씨(68)는 "한국 경제가 아주 안 좋다"며 "특히 집값이 올해 안에 반토막 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를 코로나19로 덮으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투표 기준은 '경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권리행사를 마친 박씨는 투표 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최재성 후보와 통합당 배현진 후보가 맞붙은 서울 송파을 잠신초등학교 내 투표소(잠실2동제3투표소)에서도 투표가 이뤄졌다. 다만 줄을 길게 늘어서기 보다 조용히 와서 투표를 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탓에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투표소로 들어가기 전 운동장을 빙 둘러 줄을 서면서 여유 있게 '사회적 거리두기'에 임했다.

우소라씨(41)는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나왔다"며 "남편과 교대로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해서 같이 오지는 못했고, 이제 집으로 가서 남편과 교대해줘야 한다"며 걸음을 옮겼다.

최모씨(46)도 "사전투표날 줄을 보니 엄청 길어서 '오늘 일찍 나오지 않으면 오래 기다리겠다' 싶어 오늘 일어나자마자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모씨(20)도 "첫 투표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렀지만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전 10시가 지난 후에도 시민들은 하나둘씩 저마다의 희망을 갖고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세검정초등학교에 마련된 부암동 제2투표소에서는 가족 단위로 투표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적정 거리를 띄운 시민들은 차분하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이번에 처음 투표를 하게 된 대학생 한모씨(19·여)는 "주변에서 이번에 꼭 투표하자고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투표용지가 길어서 헷갈리기는 했는데 생각을 하면서 찍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양모씨(70·여)는 "예전에는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은 기권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에는 주변에서 조금 더 투표를 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힌 서울 광진구의 구의3동 제1투표소에서는 역시나 두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광진을 격전지인 이곳 투표소 선거사무원은 "오전 6시부터 저 멀리구의공원까지 줄을 섰었다"며 격전지의 열기를 대신 전했다.

70대 후반 노부부는 서로 고씨를 찍었는지 안찍었는지 여부에 대해 농반진반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투표소에 줄을 서있던 박모씨(58)는 고 후보와 오 후보의 접전에 대해 "당을 보느냐 인물을 보느냐인데 나는 인물을 우선으로 뽑으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고열이 있어 코로나19 감염 의혹이 있는 유권자의 모습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혜화동 주민센터의 투표사무원은 "아직까지 고열이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며 "마스크를 안 쓴 분은 우리가 준비한 마스크를 주고 체온 측정에도 다들 협조를 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투표를 하러 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코로나19와 관련해 예방이 잘되고 있는 의견도 다수였다. 대기 줄을 섰을 때 간격이 잘 유지됐고,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모두 꼈으며, 발열검사까지 해서 안전해보인다는 요지였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자금동 제5투표소인 의정부운전면허시험장 도로주행 교양장으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2020.4.1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그러나 여기저기 작은 실랑이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종로구민 A씨(68·여)는 "주변 어른들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비례용지 간격이 너무 좁아서 도장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며 "장갑을 끼니까 손이 미끄러진다고 장갑을 벗고 투표한다고도 들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안내메시지를 제대로 모지 못한 채 올라오는 바람에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통해 힘겨운 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마포구에서 만난 김모씨(67·여)는 "젊은이들은 계단으로 착착 가던데 우리는 뭐가 뭔지 잘 몰라서 되는대로 섰다"며 엘리베이터에서 거리를 두지 않고 탔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본투표의 오전 11시 기준 투표율은 15.3%로, 지난 20대 총선보다 0.8%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으로 16.9%였다. 이어 대구(16.8%), 경남(16.4%), 경북(16.2%), 울산(16.1%), 부산·충남(15.9%), 충북(15.8%), 제주(15.7%), 대전(15.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11일 실시된 사전투표(투표율 26.69%)를 합산하지 않은 숫자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2252개 투표소에 대해 비상 연락체계를 구축하는 등 경력 1만1600명 가량을 동원해 투표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덕현·이승환·박동해·유경선·한유주·박종홍·서혜림 기자>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싸구려 중국산' 무시하다 큰 코…이미 곳곳서 한국 제친 지 오래
  2. 2 "결혼 누구랑?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허웅이 남긴 '미련문자' 공개
  3. 3 제복 입고 수감자와 성관계…유부녀 교도관 영상에 영국 '발칵'
  4. 4 허웅 "치료비 달라는 거구나"…"아이 떠올라 괴롭다"는 전 여친에 한 말
  5. 5 "보는 사람 없어, 한 번만"…알바생 수차례 성폭력한 편의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