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드는 재난지원금 지급되면 환율이 급등할까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 2020.04.14 06:20

[길게보고 크게놀기]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

편집자주 |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소득하위 70%에게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준다는 정부 방안에 대해, 여당과 야당 모두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자고 선수를 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되받았다.

그런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해야 할까? 이 밖에도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나라가 내놓고 있는 통화·재정정책이 환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긴급재난지원금 소요재원 360조원 VS 9조1000억원
미국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은 연소득 7만5000달러 미만의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200달러, 미성년 자녀에겐 1인당 500달러를 지급한다. 3억3000만명의 미국인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주기 위해서는 약 3000억 달러가 소요될 전망인데, 우리 돈으로 360조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반면 우리나라 소득 하위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추산한 소요재원은 약 9조1000억원이다. 만약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지급한다면 소요재원은 약 25조9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처럼 1인당 100만원을 준다면 약 51조8000억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21조4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달러당 12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경572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1914조원)의 13.4배가 넘는 규모다.

한국과 미국의 GDP를 단순 비교한다면,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미국의 긴급재난지원금 규모와 가장 근접하다. 소요재원은 각각 25조9000억원과 360조원으로 미국 긴급재난지원금 규모가 우리나라의 13.9배에 달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환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긴급재난지원금의 규모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다. 긴급재난지원금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세금을 걷거나, 국채를 발행하거나, 화폐를 찍어내거나. 이 밖에 통화정책을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은 향후 3개월 간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형 양적완화로 불리기도 했는데, 6월까지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유동성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환율에 영향을 주게 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율 급변동에 취약하다.


원·달러 환율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영향이 가장 크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고,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도 하락한다.

물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지표인 경상수지도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는 경상수지는 논외로 하고 달러 가치 위주로 환율을 생각해보자.

◇달러의 통화량과 금리
달러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달러의 양과 가격, 즉 통화량과 금리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광의통화(M2)를 이용해, 통화량부터 살펴보자. 광의통화는 현금, 요구불예금 합계에 저축성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금융채 등을 더해서 구한 시중 통화량이다.

우리나라 광의통화는 2002년 1월말 774조원에서 2020년 2월말 2958조원으로 18년 동안 약 2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광의통화는 5조4471억 달러에서 15조4955억 달러로 184%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기준금리는 미국이 0~0.25%, 우리나라가 0.75%로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낮다. 미 연준이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환율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 3월 19일 원·달러 환율이 1280원까지 급등했지만, 한국은행이 미 연준과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후 환율은 1200원 초반 대에서 안정화되는 추세다. 18년 전인 2002년 1월의 원·달러 환율(1314원) 보다도 낮다.

◇더 빨라지는 미 연준의 유동성 공급
최근 미 연준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3월 한 달에만 1조1000억달러가 넘는 광의통화가 증가하는 등 최근 유동성 증가추세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지난 9일 미 연준은 최대 2조3000억달러의 유동성을 투입해서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와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유동성 지원 조치로 인해, 당분간 미국 광의통화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9일 한국은행도 그동안 매입했던 국채와 정부 보증채 외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까지 매입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한은이 국책은행채를 매입하는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달러 가치가 원화대비 큰 폭 상승할(=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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