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키즈-(여자)아이들, 자체 제작돌’이 대세다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0.04.13 10:03

기획형 아이돌 시대 막을 내리나?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1996년은 한국 가요사(史)에서 아주 중요한 해다. 그 해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던 서태지와아이들이 은퇴했다. 그리고 같은 해, 그룹 HOT가 등장했다. 현대적 의미의 ‘아이돌’(IDOL)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첫 그룹이 탄생한 것이다.


HOT는 기존 그룹과 달랐다. 젊은 세대를 열광케 했다는 점은 서태지와아이들과 같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기획형’ 그룹이라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각자의 목적성을 띤 멤버 5명이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2020년, 우리 가요계는 또 한 번 변혁의 기로에 놓였다. "아이돌은 돈이 된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찍어내듯 보이그룹, 걸그룹이 배출되고 몇몇을 제외하면 차별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HOT 이후 이어지던 ‘기획형’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그룹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신 ‘자체 제작’이라는 이름표를 단 그룹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연 향후 아이돌의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이 이름을 기억하라!


K-팝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K-팝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두 그룹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이키즈와 (여자)아이들. 나란히 2018년 데뷔 해 3년차를 맞은 두 그룹 모두 ‘자체 제작돌’(자체 제작+아이돌)이라 불린다.


그 동안 그룹 내 몇몇 멤버들이 작곡이나 작사에 참여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진정한 실력자 몇 명을 제외하면 이는 홍보성 공치사에 불과했다. 또한 밑바탕이 갖춰지지 않은 이들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가 오히려 앨범의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트레이키즈와 (여자)아이들의 자체 제작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트레이키즈의 경우 데뷔 전부터 직접 작사·작곡한 믹스테이프를 공개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몇몇에 기대는 구조가 아니라 방찬·창빈·한 등이 모든 수록곡의 작사·작곡을 진두지휘하는 수준이다.


스트레이키즈는 그룹 내에 프로듀싱팀인 ‘쓰리라차’(3RACHA)가 따로 존재한다. 그동안 스트레이키즈가 발표한 대다수 타이틀곡은 이들의 작품이다. 그들이 데뷔 첫 해 4개의 신인상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자)아이들은 ‘괴물’이라 불릴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리더 소연을 필두로 세운 자체 제작돌이다. 대다수 걸그룹이 유명 프로듀서의 노래로 인지도를 쌓은 후 작사·작곡에 도전하는 것과 달리 (여자)아이들은 데뷔곡 '라타타'(LATATA), '한'(一)'부터 자작곡이었다. 그들의 두 번째 미니음반의 제목은 아예 '아이 메이드'(I made), 즉 "내가 만들었다"는 선언이었다. 소연은 이미 다른 그룹에 노래를 줄 정도로 업계 전체로 봐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발표된 세 번째 미니앨범 '아이 트러스트'(I trust)의 경우 소연이 전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동안 어떤 걸그룹 멤버도 밟지 못한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소연에 대해 멤버들은 "무대에서 카리스마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장난기가 많고 재밌는 언니"라며 "녹음할 때마다 프로로서의 카리스마를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기분이 다운되거나 지칠 때마다 언니 장난쳐줘서 부담 없이 편하게 했다"고 평했다.


자체 제작돌인 스트레이키즈와 (여자)아이들의 위상은 외국에서도 남다르다. 쓰리라차는 지난해 대만 유명 가수 나지상(뤄즈샹·Show Lo)이 지난해 발매한 노래 ‘我的世代(Wo De Shi Dai)’를 작사, 작곡했다. 이 소식은 대만 현지 주요 매체 등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여자)아이들은 최근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의 음반사 리퍼블릭 레코드와 손잡고 미국 시장 진출을 알렸다. 리퍼블릭 레코드의 COO이자 공동 창립자인 에이버리 립먼(Avery Lipman)은 "다양한 재능을 겸비한 걸그룹 (여자)아이들이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미국 시장 진출을 하며 우리와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며 "북미시장 진출을 노리는 등 글로벌 영향력과 포텐셜을 보여주려 하는 2020년은 (여자)아이들의 가장 크고 대담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자체 제작, K-팝의 미래될까?


자체 제작돌이 향후 K-팝 시장을 이끌어 갈 신(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K-팝에 조예가 깊은 제프 벤자민 미국 빌보드 K-팝 칼럼니스트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열린 ‘2020 한국이미지상 시상식(CICI KOREA 2020)’에서 징검다리상 수상자로 선정된 제프 벤자민은 ‘한국의 경쟁력 K-MUSIC’ 프레스 미팅에서 "앞으로의 K팝은 ‘K’라는 요소가 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며 "아티스트가 진정성과 독창성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관심 받고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아티스트로 스트레이키즈와 (여자)아이들 외에 또 다른 자체 제작돌로 손꼽히는 에이티즈 등을 꼽았다. 그는 "블락비를 배출한 KQ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인 에이티즈를 주목하고 있다. 강렬한 메시지, 훌륭한 퍼포먼스가 압권"이라며 "(여자)아이들의 경우 멤버들이 직접 자신의 곡을 작사·작곡하는데, 본인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여자)아이들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K-팝 시장을 찬찬히 돌아보면, 결국 프로듀싱 기능을 갖춰 자생력을 보유한 그룹이 장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드래곤이 이끄는 빅뱅, 지코를 앞세운 블락비, 용준형이 버틴 비스트(현 하이라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콘의 비아이 역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그룹에서 탈퇴했지만 그가 만든 ‘사랑을 했다’ 등은 단숨에 아이콘을 정상급 아이돌로 발돋움케 했다. 이들의 특징은 그룹 활동 뿐만 아니라 개별 활동 때도 두각을 보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자체 제작돌은 소위 말하는 ‘7년차 징크스’를 깨고 K-팝 그룹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결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속사의 기획력에 기댄 그룹들은 유수의 프로듀서들과 그룹의 상표권을 가진 소속사를 떠나면 고사되고 만다. 최초 계약 기간인 7년이 끝난 후 대다수 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자체 프로듀싱 능력을 갖추면 소속사를 떠나서도 얼마든지 홀로 설 수 있다. 결국 소속사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추가 계약을 이끌어내며 그룹을 존속시킬 수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20대 초반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전문 프로듀서들보다 뛰어난 역량을 갖기는 어렵다. 결국 소속사를 중심으로 한 기획형 아이돌은 계속 공급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자체 제작돌에 대한 니즈가 커졌고, 어린 시절부터 이런 역량을 키워온 재능있는 신인들이 대거 늘면서 향후 자체 제작돌의 비중 역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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