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거복지센터 설치 필요성

머니투데이 최병우 전국주거복지센터협의회 대표 | 2020.04.14 06:43
최병우 전국주거복지센터협의회 대표
결혼 전 임대기간 만료로 원치 않는 이사를 한 적이 있다. 자취를 하고 있던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선배들은 이사 3번만 해 보면 왜 사람들이 집을 사서 정착을 하는지 알게 될 거라며 실없는 농담을 하곤 했다. 비록 배움이 빠른 훌륭한 후배는 아니었지만 한 번의 이사만으로도 선배들의 말을 수긍할 수 있었다. 이사를 가야할 집을 구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은행은 왜 이리 어려운 소리만 하는지. 날이 지날수록 압박감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제야 맹자의 어머니가 왜 위대한지를 깨달았다.

사실 그 이후로도 몇 번 이사를 더 했지만 첫 이사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이사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포장이사라는 방식도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경험을 통해 체득한 정보와 요령이 주요했다. 지금의 내가 아무것도 모르던 과거의 나를 도와 줄 수 있다면 나의 첫 이사가 이렇게 힘든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꾸준히 확대하며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지원하여 왔다. 하지만 양적 확대만으로는 쪽방·고시원 등의 주거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또한 신혼부부·다자녀·사회초년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주거복지로드맵 2.0을 발표하며 연령별·소득별 맞춤형 주거복지 지원체계를 강화하였다. 주거복지로드맵 2.0은 선진국 수준의 주거안전망 완성을 위해 공급계획 혁신, 인구 트렌드 대응 및 비주택거주자 등 주거상향, 지역사회 상생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2017년 말 136만5000가구 수준인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확충해 2022년 200만가구를 달성하고 2025년에는 240만가구까지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참으로 반갑지만 주거복지 지원체계가 다양화 될수록 정책수혜자들이 오래 전 나처럼 갈 곳을 못 찾아 헤매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주거복지 정책이 주거형태에 따라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는 만큼 그 전달체계 또한 전문적인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바로 주거복지센터이다.


주거복지센터는 주거취약층을 대상으로 주거복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맞춤형 상담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복잡한 주거지원 문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해주고 있다. 주거복지 전문가들이 생활수준과 형태에 맞추어 지원해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각종 주거지원 제도를 코디네이터해주는 것인데 가족구성, 연령별, 주거형태, 지역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제공되는 주거복지 분야에는 그 필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인력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서울시와 대구, 제주도, 천안, 청주, 전주, 시흥, 수원 등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주거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주거복지 서비스의 제공의 질이 달라 아쉬울 때가 많다.

열악한 곳에서 거주 중인 저소득층과 방황하고 있는 청년들, 그리고 축복받아야 할 신혼부부들에게는 복잡한 설명서보다는 길을 찾아줄 네비게이션이 필요하다. 맞춤형 주거복지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주거복지 전달체계도 맞춤형으로 제공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주거복지 전달체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거복지센터 설치를 지원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주거복지센터를 설치하지 않은 지자체라면 이에 적극 화답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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