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형 국장은 13일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며 "죽다 살아났다"고 했다. 본격적인 미나리 수확철(2월초~3월말)을 맞이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강도높은 코로나19 대책이 시행되면서 판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팔공산미나리는 경상도 지역에선 '봄의 전령사'로 유명하다. 파란 미나리밭 풍경도 싱그럽지만 '미삼'(미나리+삼겹살)의 식감은 더할 나위없는 즐거움이다. 현장 직거래가 활발하고 자치단체와 함께하는 '미삼축제'에는 해마다 수 만여명의 식도락가들이 몰려온다.
하지만 올 봄은 사정이 전혀 달랐다. 사람들이 발길이 사라졌고, 축제도 전격 취소됐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엉망이 됐다. 그동안 최상품의 미나리를 키워 온 농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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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지방 농촌진흥기관 피해농가 돕기 '품앗이'━
김경규 농진청장은 지난 달 6일 전국 농가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본청과 5개 소속기관에 적극적인 대책을 지시했다. 판로가 막힌 농가를 돕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 의료진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8개 도농업기술원 등 농촌진흥기관에도 협조를 구했다.
농진청이 내민 '손길'은 농가에게 가뭄철 '단비'와 같았다. 팔공산미나리연구회 농가들은 2000만원 가량의 농산물을 농진청에 납품했다. 직원 개인별로도 추가 주문하는 등 온정이 이어졌다.
서준형 국장은 "농진청에서 대량 구매가 이루어진 후 전국 곳곳의 공공기관에서 전화 주문이 잇따랐다"며 "덕분에 상품성이 있는 미나리는 제때 다 판매가 됐다"고 고마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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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감자·화훼·친환경농산물 등 구매 잇따라━
소비가 위축되면서 판매량이 줄어든 강원도 감자는 5300여 박스(개당 10kg)를 구입했다. 방탄소년단(BTS)만큼 인기가 있는 감자(Potato)라는 뜻에서 '피티에스(PTS)'로 불리운 그 감자다. PTS는 덕분에 완판행진을 기록했다.
졸업·입학식이 취소되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화훼농가와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를 돕기위해 노력했다.
농진청은 적극적인 꽃소비 캠페인을 벌여 장미, 히아시스, 튤립, 백합 등 지역 화훼농가의 판로를 돕는가 하면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대량 구매해 관련 농업경영체를 지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친환경 농가의 피해 물량 1164톤에 대해 판매를 지원하는 등 애를 많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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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특산물 '온라인기획전', 대구·경북 의료진 '응원'도━
대구·경북 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홍삼,배,도라지,생강 농축액 등 국산 농산물로 만든 면역력 강화 제품을 보냈다. 또 강원도 나물밥, 춘천닭갈비밥, 햇반, 김치 등 전국 농업관련 기관·단체들의 성원이 이어졌다.
이솜결(57) 대구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농진청을 중심으로 전국의 많은 농촌진흥기관과 단체들이 힘을 모아 주셔서 피해 농업인은 물론 환자들도 큰 위안을 받으셨다고 말씀들 하신다"며 "어려울 때 함께 온정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시련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인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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