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핵심은 수수료 부과 방식 변경이다. 업체당 월 8만8000원씩 받던 '정액제'에서 주문액의 5.8%를 떼는 '정률제'로 바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점주들은 “수수료가 몇 배로 뛴다”며 반발했다. 배민은 “돈 많이 쓰는 업체의 광고 독점(깃발꽂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업체의 절반은 이득”이라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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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뛰어드는 공공배달앱…"플랫폼 무시하는 처사"━
경기도가 개발하는 '공공 배달앱'은 군산시가 운영중인 ‘배달의 명수’와 흡사한 형태를 띌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군산시와 '배달의 명수' 기술자문 및 상표 무상사용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배달의 명수'는 수수료와 광고료가 무료라는 점 때문에 지역 음식점주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지자체와 정치권은 이미 공공 배달앱에 매료됐다. '배달의 명수'를 도입하려는 지자체는 100곳이 넘는다. 공공 배달앱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인만도 10여명이다.
문제는 '배달의 명수'가 출시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생 서비스라는 점이다. 사업 초기 '반짝 성과'만 보고 무턱대고 시도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지차제가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IT플랫폼을 쉽게 봐서다. 이 지사가 "배달 앱은 기술혁신이 아닌 단순 플랫폼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T업계에선 속된 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시장이 굴러가는 생리를 모르니 너도 나도 뛰어드는 것 아니겠나"며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척척 굴러가는 서비스로 착각해서 일어나는 촌극"이라고 했다.
지자체가 간과하는 부분은 '공공 배달앱' 출시 이후다. 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개발자 몇 명을 붙여 출시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 다음이 문제다. 배달 앱은 가맹점과 회원 수가 늘수록 신경쓸 게 많아진다. 서버가 필요하고 고객센터 인력도 늘려가야 한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신속한 서비스, 마케팅도 필요하다. 말하자면 개발보다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 10년동안 14만 명의 가맹점을 확보한 배민이 지금도 인력을 늘리고, 돈을 들여 투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많은 지자체가 활용하려는 '배달의 명수'는 수익모델이 없다. 100% 세금으로 꾸려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지자체 특유의 경직된 구조도 앱 운영의 효율성과 거리가 멀다. 지자체는 조직 구조상 민간 사업자보다 의사결정이 늦고, 담당자도 자주 바뀌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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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배달앱, 소상공인 부담 경감 목적…소비자 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특히 중개 앱은 공급자보다 소비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쓰는 사람이 없는 앱엔 파는 사람이 모일 리 없다는 논리다. 중개 앱들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민간 배달 앱 사업자들은 첫 번째 타깃을 소비자로 본다. 끊임없이 공급자 간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들이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는 할인, 이벤트 등을 만들어낸다. 배민이 그랬다.
하지만 공급자 위주의 '공공 배달앱'은 소비자가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자가 얻는 이익이 결국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구조여서다. 그래서 민간 앱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줄 여지가 적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앱은 태생적으로 공급자 편에 설 수 밖에 없는 서비스"라며 "철저히 소비자 편에 선 민간 사업자들을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 명수'에서 드러나고 있는 '공공 배달앱'의 한계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동시접속자가 급증하자 서버가 마비되는 일이 일어났다. 벌써부터 어설픈 플랫폼 운영 능력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개발사는 부랴부랴 서버 복구를 마쳤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난관은 앞으로 널리고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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