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쌓고 식량막는 세계, 코로나 공포가 부른 식량 전쟁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 2020.04.12 16:09

[MT리포트-글로벌 식량전쟁]

편집자주 | 코로나19(COVID-19)로 사람은 물론 식량까지 국경을 넘기가 어려워지면서 식량안보가 주요과제로 떠올랐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량 전쟁 현 주소를 짚어보고 대응방안을 점검한다.

코로나19(COVID-19)가 글로벌 먹거리 공급 사슬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글로벌 팬데믹(대유행) 이후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나라 간 이동이 제한되자 세계 곳곳에서 식량안보를 명분으로 한 곡물 수출 제한조치를 발동했다. 글로벌 식량 전쟁이 가시화한 것이다.

식량전쟁 여파로 자급도가 떨어지는 가공식품 원재료와 축산 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고 충분한데 식량안보가 웬 말…공포감이 부른 식량전쟁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등에 따르면 2019~2020 세계 곡물 생산량 전망치는 26억6700만톤이다. 같은 기간 소비량은 26억6800만톤으로, 소비와 생산이 균형을 이룰 전망이다. 곡물 재고율 역시 29.9%로 안정세다.

이처럼 곡물 생산량과 재고가 충분함에도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 수출 제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이 지난달 24일 쌀 수출을 금지했고, 캄보디아가 이달 5일 쌀과 벼 수출을 중단했다. 베트남은 최근 쌀수출을 재개했지만 수출량 조절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러시아는 지난달 20일 밀과 쌀, 보리 등 모든 곡물에 대한 수출을 막았고 세르비아와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도 주요 작물의 수출을 금지했다.

글로벌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 제한 혹은 중단에 나선 것은 자국 내에서 벌어진 사재기와 곡물가격 상승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가 간 물류 이동에 차질이 생겼다. 수출과 수입으로 물류를 주고받던 평소와 달리 각자 국경 안에서 자급자족해야한다는 위기감에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며 식량 안보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박성진 KREI 해외농업관측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안 심리로 주요 곡물 수출국에 사재기현상이 일어난 것"이고 말했다.







코로나 식량 전쟁 단기 영향은 제한적, 장기화는 경계해야


이번 식량전쟁은 2007~2008년 세계를 덮친 애그플래이션(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농산물에서 시작한 식료품 가격 급등현상)과 차이가 있다.

과거 애그플레이션은 인구증가와 바이오에너지개발로 곡물 소비량이 급증하고, 주요 생산국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발생했다.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진 결과 2006년 이후 2년 동안 곡물 가격이 3배 가까이 상승했고, 전체 물가상승으로 번졌다.

최근은 생산량과 소비량은균형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밀과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의 3월 선물가격은 전월 대비 적게는 4%에서 11%대까지 하락했다. 가격이 하향세에도 곡물 수출 제한조치가 나온 것은 향후 물류단절을 우려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주요 생산국의 과잉분이 부족국으로 흐르지 못할 경우 식량 부족국가를 중심으로 식량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도 2018년 기준으로 식량자급률은 46.7%에 불과하다. 먹거리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부연구위원은 "주로 식용 쌀은 국내생산에 의존하고 가공식품과 사료용 곡물 대부분이 수입산 곡물을 사용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곡물 수출제한이 장기화되면 가공식품과 축산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3. 3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