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피할 수 없는 선택인가, 시기상조인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20.04.11 06:30

[따끈따끈 새책]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지금 바로 기본소득

기본소득의 개념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재난소득을 주는 방안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추진되자, ‘적절한 조치’라는 옹호론과 선거를 위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맞서기도 했다. 정기적인 금액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결과 비슷하다.

전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은 AI(인공지능)나 4차산업혁명 같은 첨단 기술 발전과 함께 따라오는 노동력을 상실한 인간의 새로운 행복과 지속적인 삶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저자도 이런 흐름을 옹호하면서도 ‘소유권’에 대한 남다른 인식으로 기본소득의 불가피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테면 ‘일하지도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같은 표어는 언뜻 자본주의 시대 당위적 명제로 비치지만, 이것이 ‘동일한 소유’ 관계에 놓인 전제인지에 대해선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허버트 사이먼이 말한 것처럼, 현세대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가 축적한 지식을 활용한 결과다. 즉, 현 세대 개개인의 기여가 아닌, 지금껏 인류가 축적해온 공연의 몫이라는 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마땅히 나눠 져야 한다는 얘기다.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나눠준 이후 각자의 몫을 올바르게 분배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무엇보다 경제위기와 불평등, 불공정한 분배가 심화하는 이때, 기본소득은 더욱 필요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소유권’ 개념 때문이다. 저자는 로마 시대 사상사 키케로의 말을 인용해 “모든 자연물은 사적 소유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공유물”이라고 정의한다. 이 공유물을 사적으로 ‘선정’한 사람은 거기에서 수익을 얻는 만큼, 소유하지 못한 사람을 경제적으로 도울 의무를 갖는다.

기본소득은 복합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젠더의 문제다. 여전히 여성에겐 시장노동과 가사노동이라는 이중의 부담이 주어지는데, 분배 정의의 악화로 생계유지를 위해 개개인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를 잃어버리는, ‘선택지가 없는’ 삶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제도나 일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복지와 경제를 바라보는 아예 새로운 관점”이라며 “21세기 새로운 사회계약인 소유와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돼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자가 불법이었던 시대, 흑인이 노예였던 시대에서 통용된 그 시대 ‘상식’을 깨부술 새로운 개념(새 상식)이 정착하기까지 거쳐야 했던 피할 수 없는 환경이나 의식, 대중의 동요가 ‘기본소득’ 개념이 새로운 상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활성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있을 듯하다.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금민 지음. 동아시아 펴냄. 436쪽/1만6000원.

베스트 클릭

  1. 1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3. 3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4. 4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
  5. 5 월세 1000만원 따박따박…컨테이너 살던 노숙자→건물주 된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