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네이버 댓글 이력 공개의 넛지 효과

머니투데이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2020.04.13 10:33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많은 사람이 모바일로 코로나 소식을 확인하는 일상이 된 지도 어느덧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총선까지 다가오며 뉴스에 대한 집중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 가운데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뉴스 댓글 정책을 바꾸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19일 네이버는 댓글 작성자의 이전 댓글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뉴스 댓글 폐지 주장까지 제기되던 상황에서 댓글 이력 공개는 어떤 효과를 낼지 의구심이 많았지만, 예상 외로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댓글 통계에 따르면 댓글 이력 공개 이후 2주간 뉴스 댓글 수 자체는 직전보다 소폭 줄어든 반면 욕설과 비하 표현이 포함된 '규정 미준수' 댓글 비율은 절반 이하로, 본인 삭제 댓글 비율도 약 25% 감소했다.

오랫동안 악성 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댓글 작성 통계나 댓글 노출 방식 변경 등 시도를 했던 네이버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셈이다. 댓글 이력을 공개함으로써 댓글 작성자가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게 해 스스로 악플을 줄이게 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댓글 이력 공개처럼 어떤 활동을 강제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유도하게 하는 것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탈러 교수가 설명한 '넛지'(Nudge) 효과로 설명된다.

넛지는 '(팔꿈치로) 쿡 찌르다'라는 의미로, 현실 속에서는 타인 선택을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개입을 뜻한다. 농구 골대 모양을 본뜬 휴지통이나 남자 소변기의 파리 그림이 넛지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인터넷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갈등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규제로 대응하려고만 하는 접근은 늘 우려스럽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가 연결된 인터넷 속성상 그러한 극약처방은 순기능보다 국내 기업 역차별과 같은 역기능이 더 컸기 때문이다.

댓글 문제를 실명제로 해결하려 했던 시도가 국내 플랫폼만 규제해 경쟁력을 잃게 하고, 결국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것은 그리 오래된 사례도 아니다.

올해 초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정보 포털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발의한 규제 법안은 총 3795건, 법안에 담긴 규제조항은 7112개에 달해 역대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원안이나 수정안으로 가결된 법안은 813건으로,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매년 200건 이상 규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셈이다. 규제를 폐지하고자 노력한다는 과거, 현 정부의 이야기가 무색할 따름이다. 모두 필요한 규제안이라고 믿고 싶지만, 이러한 법안들이 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공익을 위한 공공정책 분야는 넛지 효과가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제는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히 규제 법안을 만들 게 아닌, 넛지 효과를 활용한 자연스러운 방법을 더 많이 찾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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