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업어음·회사채도 사들여라"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 2020.04.10 12:00

[서평]법으로 본 한국은행…현직 한은맨이 풀어 쓴 '한국은행법' 논란의 한은법 80조 대안은

, 차현진 지음. /사진=율곡출판사


◇법으로 본 한국은행/차현진 지음/율곡출판사/3만5000원

요즘처럼 한국은행법이 많이 거론되는 적도 없다.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전시상황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이 전쟁에서 한국은행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쳐진 전선을 이끄는 장수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금융위기로 시장에 돈 줄이 막혔을 때 돈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 즉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입행 36년차 현직 한은맨인 차현진 인재개발원 교수는 최근 출판한 <법으로 본 한국은행>에서 한은이 존재이유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핀다.

저자는 2007년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을 시작으로 <중앙은행 별곡>,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 오디세이> 등 다수의 책을 펴냈고, 각국 중앙은행과 세계 금융사에 획을 그은 사건들을 짚으며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자신만의 시각을 더해 대중에 선보여왔다.

신작 <법으로 본 한국은행>은 저자가 그동안 연구해온 중앙은행론을 총집합한 작품이다. 한국은행의 존재 이유를 담고 있는 한은법 제1조부터 제106조까지 법 전문을 뜯어보며 문구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설명한다.

저자는 그러나 한국은행법 '해설서'라는 평가를 거부한다. '비판서'라고 불리길 원한다. 각 조문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고, 왜 그래야 하는지 따져보다 보면 부족함이 보이고, 개선방향이 보인다는 점에서다. 전체 114개 조문 중에서 25개를 제외한 나머지 조문은 삭제하거나, 보완하거나, 전면수정하거나, 운용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최근 논란이 되는 한은법 제80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한은법 80조는 민간과 거래를 제한하는 법 79조에도 불구 비상상황시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대출)을 가능하게 한 조항이다.


한은은 이를 토대로 기업어음(CP), 회사채 직매입 요구에 '안 된다'고 말한다. CP, 회사채 직매입은 사실상 '신용대출'에 해당하는데,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공급은 '담보'를 매개로 이뤄진다. '손실 최소화 원칙' 때문이다.

반면 저자는 비상시 '최종대부자'로서 역할을 부여한 법 취지에 따라 한은법 80조가 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쳐 자금을 지원하는 제64조(은행에 대한 여신), 제65조(긴급여신) 조항처럼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보다 직접적으로, 적극적으로 이 조항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한은법 80조에서는 '여신'을 허용했으므로 대출뿐만 아니라 융통어음의 할인, 회사채의 인수, 지급보증 등도 가능하다고 보인다"는 해석을 내린다. 물론 중앙은행의 영리기업 직접 지원이 갖고 있는 위험성, 즉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거나 '중앙은행의 정치화'를 부를 가능성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중요한 논점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한은법 80조 발동 요건을 금통위원 4명이상의 찬성에서 5명 이상의 찬성으로 강화하고, 현재 법상 정해져 있지 않은 대출 만기도 1년으로 제한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책은 현재 한은이 지금 쥐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갈고닦아 나가야 할지 폭넓게 제안하고 있다.

법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와 중앙은행론을 공부하는 경제학도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580쪽,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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