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만? 차이나머니 막아라"… 독·이탈리아 사활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0.04.10 03:26
중국 위안화/사진=AFP

중국계 다국적 대기업들이 '코로나19'로 전 세계 기업이 타격 입은 틈을 타 공격적인 인수에 나서자 각국 정부가 방어에 안간힘 쓰고 있다. 중국발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이었으나 '중국계 자본'의 자국 기업 M&A를 저지하는 덴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3개월간 중국 본토와 홍콩, 싱가포르 등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기업 인수(M&A)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CK그룹 빅터리 회장과 중국 재벌 푸싱그룹 궈광창 등이 대표적이다.

1분기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주요 주가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지표를 보이면서 현금이 풍부한 중국 대기업에는 호텔과 부동산 등 체인사업을 인수할 절호의 기회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조너선 갤리건 CLSA 연구팀장은 "CK그룹이나 푸싱그룹 처럼 현금 자산이 충분한 재벌기업엔 다른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지금이 투자에 나설 시점"이라면서 "지금 글로벌 시장을 본다면 '현금'이 왕이다"고 설명했다.


현금 풀 좋은 기회


빅터 리 CK그룹 회장/사진=블룸버그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CK그룹 빅터 리 회장은 지난달 19일 "새로운 인수를 꾀할 기회"라고 말했다. CK허치슨은 지난해 12월 기준 187억 달러의 현금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은 2018~2019년 영국 등 유럽, 호주에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최소 200억 달러 이상을 썼다.

푸싱그룹 궈 회장도 "회사가 전 세계 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포착할 때"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푸싱그룹은 현금 등 132억 달러규모를 보유했다. 그룹 계열사는 지난달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Djula) 지분 55.4%를 29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아시아 최대 부동산 회사 중 하나인 싱가포르 캐피타랜드는 앞서 2월 영국의 알링턴비즈니스파크를 인수했다. 회사는 "바이러스 퇴치에 힘쓰면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투자펀드 CNIC도 인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인 그린코 그룹 지분의 10%를 매입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엔 뚫렸어도 차이나머니는 막는다


텅 빈 독일 식당/사진=AFP


이에 주요국은 차이나머니를 차단하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8일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EU) 바깥에서의 자국 기업 인수 시도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피터 알트마이어 경제장관은 "규칙을 통해 의료장비 생산은 물론 에너지와 디지털산업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은 2016년 중국 미데아그룹이 자국 로봇 제조업체 쿠카AG를 사들인 후 본격적으로 보호 조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유럽 은행권에는 유럽 기업들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제안이 급증했다. 최근 5년간 중국 기업들은 유럽에서 191억 달러어치를 인수했다.

6일 호주 정부도 외국인 투자자는 그 규모에 상관 없이 국가 투자 검토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제했다. 호주 일부 기업들은 신용 한도를 키우고 자사주를 팔아 자금 조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호주 정부는 앞서 CK그룹이 호주 가스파이프라인 사업체 APA그룹을 8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국가 안보 우려를 들어 거절했다.

이탈리아도 ‘골든 파워(국방 및 전략 산업의 해외 거래를 제한할 정부 권한)’ 법안에 따라 은행·보험·헬스케어·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보호 조치를 하기로 했다. 스페인 역시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규제 장벽이 과거 HNA그룹 같은 중국 대기업이 미국 기술회사부터 유럽 항공사까지 거침 없이 인수하던 때와는 다르게 브레이크 효과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재키 옌 홍콩대 경영전략학과 조교수는 "중국계 기업들은 기업 인수에 성장을 의존하고 있어 규제 장벽이 장기적으로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럽과 미국 등 일부 국가가 도시를 봉쇄했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기업들이 유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에서 일주일만에 소매점 5만 개가 문을 닫았다. 영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영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3개월 이상 버틸 현금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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