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를 운영하는 A씨. 평소처럼 사설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선물거래를 하기 위해 3000만원의 보증금을 예치했다. 그런데 6시간 후 예치금은 단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투자중개인이 거래수수료 명목으로 3000만원 모두 빠져나갔다.
#자영업자 B씨는 동일 사설 HTS에 1000만원을 보증금으로 예치하고 선물투자를 위임했다. 초기에는 수익이 제법 났다. 하지만 B씨도 결국 1000만원을 모두 날렸다. 이후 1000만원을 추가로 넣었다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출금을 원했지만 출금이 막혔다. 그 사이 B씨의 남은 예치금도 모두 거래수수료로 사라졌다.
사설 HTS를 개설해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의 예치금을 넣도록 유인한 후 예치금 전액을 거래수수료 명목으로 빼가는 금융사기가 극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사기처럼 가명과 대포통장, 대포폰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하고도 고소를 할 수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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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10여명, 가명·대포폰·대포통장 이용…보이스피싱과 유사━
7일 법무법인 참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를 통해 사기를 당한 14명은 내부고발자의 도움으로 이들에게 총 1억6000여만원 상당의 재산상 피해를 입힌 11명을 상대로 고소했다. 이중 거주지가 서울 강남인 한 명(27)이 최근 대구경찰청에서 사기 혐의로 검거돼 수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고발자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이들이 사설 HTS 선물거래를 통해 편취한 규모는 월 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걸 참진 변호사는 "이들은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면서 개인이 고소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다수에게 손실을 입혀왔다"며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으로 아우디, 포르쉐 등 고가의 수입차를 타고 하루에 1억원 넘게 번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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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타고 클럽서 수천만원 써…20대 인플루언서 유혹━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수금해서 이익을 분배하고 주말에는 클럽 등에 모여 하루에 수천만원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또 조직원 일부를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시키는 방법으로 조직을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사기사건은 드러나기 쉽지 않다. 이 사건도 내부고발자가 없었다면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우리가 고소한 이후로도 계속 나오고 있어 그 규모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사기를 당하고도 사기 당한줄 모르거나 소송을 할 시간적·물질적 여유가 없어 포기하는 피해자가 많다는 게 피해자 A씨의 설명이다. 그는 "피해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학생, 직장인, 간호사, 자영업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며 "일부는 결혼자금, 아내 수술비를 날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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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은 징역 5년 이하…내부 고발 없으면 검거도 어려워━
불법 선물 사이트를 개설해 거짓광고로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고 편취하는 수법은 오래됐지만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20대 주축으로 사건에 가담하고 있는 게 눈여겨 볼 점이다.
이 변호사는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처벌을 받아도 징역 5년 이하인데다가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20대가 큰 노력 없이 고급 외제차를 타고 하루 수천만원씩 쓰면서 연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벌 수 있다면 2년 정도 수감생활은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영향력이 높은 20대 인플루언서를 통해 이같은 범죄가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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