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는 왜 쌍용차 정상화 뒷받침을 말했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20.04.06 16:39

:채권단, 경영정상화 뒷받침 협의 기대"…정치권 압박 우려했는데 예상치 못한 압박에 산은도 당혹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일 “채권단 등이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언론과 민간 자문위원 등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서다. 공개서한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쌍용차 등 개별기업을 언급한 건 더욱 이례적이다. 특히 쌍용차가 채권단에 어떤 요청도 하지 않은 시점에 채권단이 먼저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지난 3일(현지시간)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신규 투자자 모색 등 자금을 마련할 대안을 찾을 것을 권고하면서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한다고 했다. 대주주가 사실상 쌍용차를 포기한 것이다. 이후 관심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쏠렸지만 산은은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진의를 파악중"이라고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하지만 기업구조조정 관련 정책을 책임지는 금융당국 수장이 채권단에 나서달라고 하자 산은은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쌍용차를 지원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셀 것이라 봤는데 정작 은 위원장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과 면담한 뒤 산은은 “쌍용차가 충분하고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조속히 정상화 되기를 기대한다"고만 밝혔다.


쌍용차 정상화에 필요한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중 마힌드라가 2300억원을 대고 쌍용차 자구 노력으로 1000억원을 마련할테니 나머지를 산은이 지원해 달라는 것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산은이 2대 주주인 GM대우와 달리 쌍용차는 지분이 전혀 없어 지원할 근거도 없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었다. 산은은 쌍용차에 1900억원을 대출해 준 채권은행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요소는 산은에 부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7월 인도 국빈 방문 중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고 이후 쌍용차 해고자들은 모두 복직했다. 쌍용차의 경영난이 심각해 부서배치도 못했지만 정부로서는 마힌드라에 마음의 빚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고엔카 사장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산은에 앞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의 서한이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해석되는 것도 이같은 정황 때문이다.

한편 은 위원장은 서한에서 위기설 등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애썼다. 은 위원장은 기업자금 위기설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위기설이 반복됐으나 지나면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한은이 한은법 제80조에 따라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은 위원장은 “한은이 한은법 제80조에 근거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을 지원하면 채안펀드의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여력이 생기면 저신용등급을 일부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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