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논란에 '부촌 전용'으로 일단락…'입국자 워킹스루' 가보니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20.04.06 16:08

[르포]총선 표심잡기·과잉 행정 논란의 나비 효과…'송파구 전용'으로 축소

잠실종합운동장 서문에 설치된 해외 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 /사진=김지훈 기자

6일 오후 2시 10분. 서울시가 잠실종합운동장 서문에서 운영하고 있는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안으로 1억원 넘는 가격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포르쉐 카이엔 한 대가 들어왔다.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차창을 내리고 주차 요원에게 "외국 입국자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차는 곧장 진료소가 있는 천막까지 도착했다. 서문으로 들어오는 대기줄은 없없다. 황량한 주차장엔 검사를 받으러 온 차량이 모두 합쳐 3대 밖에 없었다.

검사를 받는 사람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탓이다. 모든 해외 입국자의 선별 진료를 위해 하루 1000명을 검사 가능한 규모로 설치된 시설이 무색하다.

그나마 간혹 들어오는 차량들 가운데는 유독 고가 외제차들이 많았다. 송파구와 인천국제공항의 거리가 직선으로 55㎞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타 지역보다 주로 강남권 주민들이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워킹스루가 문을 연 지난 3일부터 전날까지 이곳에서 검사를 받은 입국자는 약 370명에 불과했다.



잠실 일대 주민의 경계와 달리 해외 입국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잠실을 찾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은 셈이다. 인근 잠실엘스 아파트 정문에 "도심 한복판의 종합 운동장에 '해외 입국자 전용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설치가 웬말이냐!'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전용 면적 119.93㎡에 26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아파트다.


정치권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외 입국자 전용 워킹스루 설치 계획을 발표한 지난 2일부터 공세를 펼쳤다. 송파을에 출마한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는 "댁으로 귀가해야 하는 약 1000명의 인원 중 상당수가 매일 종합운동장 인근 대중교통과 식당 등을 이용할 텐데, 당연히 인접한 주민들은 걱정할 것"이라며 "박 시장은 검사 이후에 대한 대책까지 내놓고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라"고 지적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배 후보의 경쟁자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해외입국자들을 해당 거주 자치구 보건소로 보내고 부족하면 증설하면 될 일을 서울시가 분석 없이 과잉행정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잠실종합운동장 서문에 설치된 해외 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 /사진=김지훈 기자


'현수막 민심'과 정치권의 '표심 잡기'를 의식해서인지 서울시는 워킹스루를 송파구에 거주하는 입국자 전용 시설로 축소 운영키로 이날 결정했다. 그러나 워킹스루 선별 진료소가 지역 사회의 감염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엔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날 찾은 워킹스루는 입국자가 진료소 부스 안까지 차로 이동한 뒤 내려 검체 검사를 받고 다시 차를 탄 뒤 돌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입국자와 지역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차원이다. 검사는 접수, 문진, 검체채취, 귀가 순으로 이뤄지며 15~20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서울시는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한 이후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한 입국자에 대해 고발한다는 방침도 세운 상태다.

결과적으로 이번 소동에 따라 잠실과 송파 지역민들은 타 지역에 사는 입국자가 아닌 오직 구민 만을 위한 워킹스루를 하나 갖게 됐다. 기존에도 이용자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송파구민들이 서울시가 설치한 시설을 독점하게 된 것. 총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에 나선 정치권과 과잉행정 논란이 빚은 기묘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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