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에 붙은 '코로나 안티필름', 효과 있을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주현 기자 | 2020.04.06 06:01

영국 연구진 "유리·고무에서 5일 살아남은 코로나, '항균 구리' 표면에선 30분내 사멸"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승강기에 구리 항균필름이 부착돼있다./사진=김주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나 빌딩 엘리베이터 버튼 위 반투명 필름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리 성분(Cu)이 포함된 항균 필름이다. 구리로 코팅된 실을 활용한 마스크 제품도 불티나게 필린다.

원소기호 29번으로 표면이 적갈색을 띠는 구리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항균 특성을 갖는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구리가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을까.


“5일 살아남은 코로나, 구리 표면에선 30분내 사멸”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이 2015년 미국미생학학회지인 ‘엠바이오’(mBio)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 코로나바이러스(229E)는 세라믹 타일이나 유리, 고무, 스테인레스 스틸 등의 표면에선 최소 5일 동안 살아남았다. 반면 구리와 구리 합금을 포함한 ‘항균 구리’ 표면에선 바이러스가 30분 이내에 급속히 비활성화하면서 사멸했다고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구리에 닿으면, 그 성분이 바이러스 내부에 흡수되고 대사작용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구리 표면의 박테리아는 구리 이온을 필수 영양소로 인식해 세포 안으로 흡수한다. 하지만 흡수된 구리 이온으로 박테리아 세포막에 구멍이 나고 바이러스는 영양분과 수분을 잃게 된다. 이어 구리 이온이 세포막 구멍을 통해 활성 산소를 끌어당기면 박테리아가 완전히 사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구리 표면에서 박테리아가 죽는 과정. /그림=LG상남도서관 블로그
구리가 바이러스를 잡는 과정도 비슷하다. 독감 인자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인 노로 바이러스는 물론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구리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입증한 과학적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국제구리협회, LS니꼬동제련과 공동으로 구리의 항바이러스 관련 임상시험을 6개월간 진행했다. 환자 접촉 빈도가 높은 병원 내 문 손잡이와 링거 스탠드, 수도꼭지, 침대 손잡이 등의 소재를 플라스틱·스테인리스에서 구리로 교체해 세균과 박테리아 개체수를 조사하는 실험이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당시 연구 결과 구리의 살균 기능과 병원 내 2차 감염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며 “관련 논문도 발표됐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구리의 항균 효과가 병원 내 교차오염을 줄인 실험 사례도 있다. 영국 버밍엄의 셀리 오크 병원에선 시설물을 스테인리스스틸에서 구리로 바꾼 후 유해 세균을 90% 이상 줄였다고 한다.

구리가 살균·항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작용을 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의 기록엔 구리를 사용해 식수를 살균하고 상처를 소독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도 식수를 구리 그릇에 저장해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고 한다.


병원 내 교차오염 예방효과…비싼 가격에 산화 ‘단점’


구리/사진=픽사베이
하지만 구리는 가격이 비싸고 쉽게 산화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멸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일상에서 활용하는 소재를 모두 구리로 대체하기엔 현재로선 한계가 있는 셈이다.

구리 항균필름 등 구리 성분을 활용한 방역 제품들도 100% 효과를 장담할 순 없다. 제조방식과 구리 함량 비율에 따라 제품 효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사 결과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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