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자력생존하는 데 10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있다. 하지만 HMM은 18분기 연속 적자행진 중으로 경영정상화 신호를 찾기 어렵다. 경쟁이 사라진 시장과 HMM에 끌려다닌 탓에 해운재건에는 '밑 빠진 독' 혹은 '도덕적 해이'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코로나19발(發) 해운 대란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소극적인 대응으로 해운 생태계가 뒤틀린 '한진해운 사태'의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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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필요한 한진 죽였더니 10조 필요한 현대만…━
그동안 세계 14위 HMM은 주인을 국가로 바꿔 살아남았다. 정부로서도 유일한 대형 외항해운사를 잃은 순 없는 상황이다. 이후 투입한 공적자금만 3조원으로 한진해운이 필요했던 유동성보다 2조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HMM은 2017년 "2022년까지 10조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해, HMM 살리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시장논리를 이유로 산업 생태계를 포기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올해 변수로 코로나19가 더해졌다. 세계가 문을 닫고 제조업 공장은 문을 닫았다. 펜데믹(대유행)과 함께 물동량 감소가 시작됐다. 해운업계는 이미 '돈맥'이 막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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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억 지원하는데 하루만에 320억, 돈 줄 마르는 해운업계━
업계는 코로나19에 대한 1번 대책으로 유동성 지원을 꼽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해운사 144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응답기업 중 67%가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매출이 전년대비 27.4% 줄고 물동량 감소를 앞둬, 돈 흐름마저 마르면 버틸 수 없다는 얘기다.
해상운임은 충격이 나타난 지 오래다. 건화물(벌크) 지표인 BDI(발틱화물지수)는 2일 기준 624로 지난 연말 1090 대비 466p(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평균 BDI는 592로 지난해 평균 135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컨테이너선 지표인 상해발운임지수(SCFI)는 3월 마지막 주 기준 889.8로 지난해 평균을 10%가량 웃돈다. 물동량 유지보단 글로벌 해운동맹의 공급조절에 따른 결과다. 사태 장기화시 글로벌 해운동맹과 대형선 투입으로 HMM의 재도약을 노리던 해운재건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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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드러나면 파산 못 막는 해운업…업계 "원리금 유예 같은 대책을"━
지원규모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해수부는 900억원대 경영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1사당 50억원으로 한도를 정했다. 대출규모는 차등 적용하지만 대상 기업이 163곳인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턱없이 적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정부는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며 "최소한 해운선사의 선박금융에 대해선 원리금을 유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상무는 이어 "유동성 대출 심사 역시 심사자의 면책범위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며 "경영자금 900억원 역시 대상이 비해 규모가 턱없이 적다"고 강조했다.
한 해양수산 업계 전문가는 "해운업계 특성상 부도 시 지원하는 방법은 이미 늦을 것"이라며 "민관 합동으로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라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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