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국가 한국이 멈췄다…항공·해운·정유 SOS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박준식 기자 | 2020.04.05 16:43

[MT리포트-코로나 뉴딜로 기간산업 살려야]

코로나 19 여파로 여객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전세계가 코로나19에 감염되자 한국 경제가 멈춰섰다. 항공기는 공항에 발이 묶였고, 바다를 누비던 선박들은 텅빈 화물고를 지고 항구에 매였다. 원유값이 바닥을 치면서 정유사들은 1분기에만 2조원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코로나19 방역과 취약계층 지원, 관광업 등 맞춤형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이달 들어서야 기간산업 지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은 감감무소식이다. 업계가 고사상태가 돼서야 생색내기식 유동성 지원방안 등이 채권은행 등을 통해 겨우 논의되고 있다.

산업계는 관련 산업이 민간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정부가 이른바 '특혜시비'를 과도하게 우려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기간산업망이 회복하지 못할 타격을 입는다면 감염병이 해결되도 경기반등을 이끌 주체는 영영 사라진 상태일 수 있다.

한국은 2016년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현대상선 국유화 과정에서 이미 민간이 주도하던 양대 해운사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했고, 돌이킬 수 없는 국부손실로 이어졌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경제공황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 자유주의에 의존해선 문제 해결이 이뤄질 수 없고 정부의 부흥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무역국가인 한국이 이른바 '뉴딜(New Deal)'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위축된 글로벌 물동량…죽어가는 항공·해운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국제선 승객은 1년 전보다 95% 줄어든 7만8000여명에 그쳤다. 같은 시기 전체 항공여객은 174만여명으로 1997년 관련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국적 여객기 374대 중 324대(87%)가 서 있다.

올해 상반기 국적항공사 매출은 최소 6조4000억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항공산업은 영업비용 중 고정비가 35~40%에 달해 비용절감도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도 사내유보금으로 버티는 건 상반기가 한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객운송에 더해 화물운송까지 뚝 끊겼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글로벌 해운기업들의 EBITDA(상각 전 이익)가 최대 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제조업 생산, 철강·철광석 수요에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체들도 코로나19로 이미 매출이 27%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해운기업의 84%는 이번 코로나19 충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하거나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기업 셋 중 둘은 유동성 등 경영자금 지원을 원하고 있다.


국제 유가 9주 연속 폭락 영향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하락한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1,397원, 경유 1,197원에 판매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원유가 하락에 증산 전쟁까지…정유 4사 1분기 2조 손실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정유사들도 고통 받고 있다.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유업계 정제마진이 연일 마이너스에 머물러있다. 지난달 3~4주차 정제마진은 -1.1~-1.9달러였다. 원유를 정제해 제품을 만들수록 손실이 나는 셈이다.

이미 구매해 둔 원유의 평가액도 추락하며 재고평가손실까지 겹쳤다. 1분기에 SK이노베이션만 최대 1조원의 손실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 S-Oil, GS에너지까지 합치면 정유4사의 1분기 손실은 총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의 증산 전쟁 탓에 2분기에도 손실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간산업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해운·항공 조속한 유동성 공급방안 절실"


기간산업계에서는 대기업을 포함한 정부의 지원방안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 1분기의 '밀린 성장'을 몰아서 하겠다는 방침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2015년 2분기 성장률이 0.2%에 그쳤다가 3분기 1.5%로 반등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업계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성장의 '오버 슈팅'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

기간산업의 주체가 대부분 민간 대기업이기에 정부가 적극적 정책을 내놓는 걸 주저하는 경향도 포착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0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면서도 대기업은 논외로 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대기업은 내부유보금과 가용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차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모든 산업을 지원할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19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간산업들을 위해 시장 전반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특히 항공·해운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조속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정부는 국책금융기관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기업들의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현금을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 방안은 이르면 이번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 등을 통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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