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역 인근서 만난 중구 거주 주민 김지석씨(51·가명)는 국회의원 선거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치에 대해선 회의를 가진지 오래. 정당을 여러군데 뽑아봤지만, 별로 신통한 게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15일엔 그냥 북한산 등산이나 가려고 한다"고 손사래를 저었다.
10일 앞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 총선)에 무관심 한 이들이 있다. 앞서 김씨 사례처럼 정치가 싫어서, 혹은 평소 잘 몰라서, 그것도 아니면 후보가 다 맘에 안 들어서, 눈과 귀를 닫은 이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대충 뽑으면 안 되는 이유는 정말 많다. 이를 세 가지로 나눠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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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 법을 만든다 ━
법치국가다. 이렇게 말하면 어렵지만, 우리 생활서 모든 게 다 법과 연관이 있다. 세금을 어떻게 낼지도 법이고, 운전하는 것도 법이며, 부조리한 일을 당했을 때 이를 도와주는 것도 다 법이다.
기사를 보다 "이딴 법이 어딨어?"라고 화를 낸 적이 있을터. 그 법을 만드는 게 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다. 법률을 만들고, 고치고, 없애는 모든 게 국회의 가장 본질적인 권한이다. 헌법도 마찬가지다. 헌법을 제안하고 의결하는 것도 국회의 일이다.
그러니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약을 잘 살피되, 그 중에서도 '입법공약'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자길 뽑으면 그 지역에서 이런 사업을 벌이겠단 식의 '선심성 공약'보단, 본질적으로 "이런 법을 바꾸겠다", "이 법을 보완하고 만들겠다"는 국회의원이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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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심의: 올해 예산 512조3000억원━
내 월급에서 매달 떼가는 피 같은 돈(혈세)이 모여 국가 예산이 된다. 2020년 정부 예산이 무려 512조3000억원에 달한다. 국가 운영에 필요한 돈이다.
하지만 이게 꼭 필요한 데에 사용되는지, 불필요한 낭비는 없는지 감시하는 이가 필요하다. 그것 또한 국회 역할이다. 국가의 세입과 세출, 그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한다. 그 효율성과 질을 높이는 중요한 일이다.
정부가 예산안을 가져오면, 각 상임위원회에서 예비 심사를 한다.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심사를 한다. 각 항의 금액을 늘리거나 줄이고, 필요한 항목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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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감사 : 국정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정부가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니 감시하고, 비판해서 똑바로 하게끔 방향을 잡아주는 이가 필요하다. 이 또한 국회의원의 주요 업무다.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증인을 출석하게 하고, 검증할 권한이 있다. TV에서 국가기관장이 앉아 있고, 국회의원이 "이건 왜 이렇게 했느냐" 질의하는 걸 봤다면 '국정감사'를 본 게 맞다. 좋은 국회의원이라면 정부가 감추고 싶어하는 잘못을 날카롭게 밝히고, 이를 시정토록 할 것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헌법, 법률을 위배했을 때 '탄핵소추' 할 수 있는 권리도 국회의원에게 있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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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면밀히 따져 뽑아라, 그게 국민 권리"━
그외에도 국회의원 한 명에게, 4년간 들어가는 세비만 약 30억원이다. 연간 받아가는 돈이 1억5100여만원에 달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회의원을 무작정 욕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 사람을 뽑는 게 국민이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며 "투표도 안 하고, 아무나 뽑고, 정당만 보고 뽑고, 그런 이들이 모여 국회를 망가트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발 국회의원 공약이 뭔지, 전과는 없는지, 세금은 잘 냈는지, 과거 행적은 어땠는지, 생각은 어떤지, 정말 꼼꼼하게 따졌으면 좋겠다"며 "그게 민주주의이며 제대로 된 국민의 권리"라고 조언했다.
정청래 전 국회의원은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이란 저서에서 "국회를 욕할 땐 욕하더라도, 일부러라도 눈을 크게 뜨고 쓸만한 국회의원을 찾고, 키우고, 지키자고 호소하려 한다"며 "국회가 힘을 가져야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고 국가 예산을 적재적소에 쓰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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