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선택' 내몰린 유럽…영국 "젊은 환자 우선 살린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20.04.02 15:06
[런던=AP/뉴시스]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피탈필즈 마켓 주변 거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2020.04.01.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의료체제가 과부하에 걸리면 '젊고 더 상태가 좋은' 환자를 먼저 치료하라는 의료 지침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사협회(BMA)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정점을 찍어 국민보건서비스(NHS) 체제가 압도됐을 때 의료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지침을 마련했다"면서 이같은 지침을 발표했다.

가디언은 의사협회의 지침대로라면 기저질환자나 고령자 등 치료 결과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중환자는 증상이 호전 중이라도 산소호흡기 등 장비가 제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의사협회는 의료지침서에 "중환자실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환자실의 입원 기준과 산소호흡기 등 의료장비 사용의 문턱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생존을 예측할 수 있는 관련 요소로는 증세의 심각성 정도, 환자가 앓고 있는 기저질환, 연령 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할 가능성이 높거나 오랜 기간 중증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는 임계값을 넘을 경우 집중치료를 중단하고 다른 형태의 치료를 하라"고 했다.

의사협회는 '고령'의 정확한 나이 기준이나, '기저질환'의 종류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가디언은 심장병, 신장병,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이 기저질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의사협회는 또 NHS, 전력회사, 통신회사 등 사회 주요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병원 중환자실(ICU)에 먼저 입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의사협회는 "전염병의 확산이 계속된다면 영국 의료진 24만명은 어려운 윤리적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며 이번 지침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현재 전국 의료시설에서 약 3만 대의 새로운 인공호흡기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다음 주까지 새로 공급되는 호흡기는 약 30대 뿐이다"고 시인했다.

먼저 코로나19 파동을 겪은 이탈리아에서도 이 같은 윤리적 갈등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 미국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역 한 의사는 "먼저 온 환자에게 치료 우선권을 주는 선착순(first come, first served) 원칙은 이미 무너졌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의료진들은 코로나19 감염 환자 중 먼저 온 80대 환자와 뒤늦게 온 30대 환자 중 누구에게 병상과 산소호흡기 자원을 우선 제공하느냐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윤리적 갈등에 봉착했다.

한편, 영국 보건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9474명이 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기준 2352명이다. 전체 사망자 중 3분의 1은 런던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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