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차세대 액정 '블루페이즈' 상전이 비밀 규명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 2020.04.02 13:15

'산란' 기술 활용…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현상 발견

블루페이즈의 두 상인 BPII(왼쪽)과 BPI(오른쪽)의 결정구조 모식도. 온도를 조절하면 파란색 BPII에서 초록색 BPI으로 순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광학 현미경으로는 상전이 과정 중 내부결정구조의 변화를 알아낼 수 없으며 특히 상전이 과정에서 관찰되는 초록색 BPI의 격자무늬가 생기는 이유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었다./자료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블루 페이즈(blue phase)' 액정은 초고속으로 응답을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상용화된 '네마틱(Nematic)' 액정보다 공정이 단순,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차세대 액정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온도를 변화시키면 순간적으로 상(phase)이 변하는데(상전이) 이 현상의 원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이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 현상에 관한 비밀을 규명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진형민 박사와 미국 시카고대학교 폴 닐리 교수, 후안 드 파블로 교수, 리샤오 박사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은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나타나는 상전이가 '마르텐사이트(martensite) 상전이' 현상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달 2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공동연구팀은 블루페이즈 연성결정의 온도를 43도에서 40.7도로 낮출 때 '순간적인' 상전이가 일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이 현상이 일반적인 원자결정에서 나타나는 '마르텐사이트 상전이'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흔히 대장장이들이 불에 달군 철을 망치로 두드리고 찬물에 식히는 과정을 거치며 철제 무기를 단련한다. 이때 달궈진 철을 물에 넣어 급속도로 냉각시키면 '마르텐사이트'라고 불리는 매우 단단한 조직으로 변한다. 이 현상을 '마르텐사이트 상전이'라 부른다.

이전까지는 원자결정에서만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현상이 보고됐지만 이번 연구로 일반적인 원자결정 대비 1000배가 넘는 크기의 연성결정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연구진이 알아낸 것.

이번 성과는 '산란(scattering)' 기술을 활용해 액정의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진형민 선임연구원, 시카고대학교 리샤오(Xiao L)i 박사, 폴 닐리(Paul F. Nealey) 교수./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은 '공명 연 엑스선 산란 기술(RSoXS)'을 통해 온도를 변화시키며 발생하는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산란'은 중성자 혹은 엑스선과 같은 입자빔을 물질 내에 조사할 경우 물질 내부의 원자핵 또는 전자와 반응하면서 그 궤적이 휘거나 흩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를 정밀하게 관찰하면 물질의 내부구조를 알 수 있다.

상전이 이후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관찰되는 격자무늬는 지금까지 그 발생 원인이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런 의문이 '마르텐사이트 상전이'에서 발생하는 '쌍정(twin)'인 층상 구조(lamella structure)와 같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쌍정(twin)'이란 금속소재에서 변형이나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시 잘 관찰되는 조직 중 하나로 특정 결정면을 기준으로 대칭 위치에 원자가 재배열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가 블루페이즈 상전이 현상의 원리를 발견했다는 학술적 성과를 넘어 관련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 연구원의 진형민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우리 연구원에 축적된 산란 기술을 통해 연성결정과 원자결정 간의 유사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며 "블루페이즈 액정은 전기장에 대한 매우 빠른 반응속도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액정 레이저 등의 원천 기술 개발은 물론 자유자재로 색변환이 가능한 스마트 피부 등 차세대 광학 소재 산업 고도화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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