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까지 시중은행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유동성 문제가 현실이 되면서 지난달 대기업 대출 잔액은 5대 은행에서만 전월대비 10% 이상 늘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대기업 대출 잔액은 82조70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8조949억원(10.85%), 전년동기대비 17조5902억원(9.39%) 증가한 규모다.
대기업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인 한도대출에서 실제로 돈을 끌어다 쓴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탓에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은행 문을 두드린 것이다.
대기업 대출 잔액이 이처럼 늘어난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엔 71조원에서 76조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보인다"며 "시기적 요인은 없고 코로나 영향으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도 대출 규모가 커졌다. 지난달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55조4912억원으로 전월대비 1.19%,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했을 땐 8.37%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시중은행이 소상공인 맞춤 지원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은행마다 금리 우대 등 조건을 내걸어 신규대출에 지원금을 쏟아부었다.
개인 신용대출 잔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13조1195억원으로 전월대비 2.02%, 전년동기대비 12.77%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가계대출 증가율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7.62%, 7.6%를 기록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무급휴직을 하는 등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생활안정자금 형태의 대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는 투자를 위해 대출을 마다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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