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병원 복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의사가 병원으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 대학병원 의사인 헨리 니키치츠씨는 수술을 마치고 나오다 반대편 복도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썼다. 그들 중 누군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며칠 후 병원으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았다. 병원이 수술장이 아닌 복도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퇴사를 거부했고, 결국 무급 정직 처분을 받았다. 천식과 고혈압을 앓고 있는 니키치츠씨는 "그 마스크는 나에게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며 논란이 확대되자 그는 복직할 수 있게 됐다.
니키치츠 씨 외에도 미국 의료진들은 병원 측과 마스크를 어디까지 착용할지를 두고 많은 갈등을 벌이고 있다. 병원 안팎에서 항상 착용할 수 있는지, 시술 중 혹은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에만 착용해야 하는지 등이 쟁점이다.
서양에서는 마스크가 아픈 사람이 쓴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병원 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의료진이 수술이나 시술 중인 경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쓸 경우 자칫 병원이 세균이 많은 곳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권장하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병원 관리자들이 병원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뿐 병원이 위험한(세균이 많은) 시설로 보여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들은 의료진들이 항상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고, 사용 가능한 보호 장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스카프나 반다나 등을 착용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다 미국 전 국민이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들의 판단을 믿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때문에 병원에 대한 의료진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깨끗한 이미지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용 절감 등 병원이 이익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병원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의료보다 이익을 우선시 했는데, 코로나19 발병과 함께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미국 의학업계에서 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한 의사는 "현재 미국 의사들 중 절반 이상이 그들이 (의료인이기 전에) 병원그룹의 직원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이는 의사들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했는데 코로나19와 함께 이 같은 감정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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