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 찔린, 엄마와 6살 아들…'관악구 모자 살인' 재구성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0.04.01 14:39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집에 있던 40대 아내이자 엄마 B씨와 그의 6살짜리 아들 C군이 숨졌다. 목 부위가 칼에 찔린 게 사망 원인이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 밀실 살인이었다. 용의자로 B씨의 남편 A씨가 검거됐다. 그러나 본인이 살해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현장에선 범행 도구와 지문 등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사형·무기징역 등 중형이냐, 혹은 무죄냐.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은 그 두 가지 기로에서 판결을 앞두고 있다. 시간대에 따라 이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2019년 8월21일 오후



B씨 가족과 지인에 따르면 그는 근처 언니 집에 놀러갔다고 한다. 아들 C군의 하원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들렀다. 엄마와 아들은 이날 오후 4시28분쯤 집에 들어갔다.

저녁까지도 이상한 낌새가 없었다. 친구들에 따르면 B씨가 포함된 9명 채팅방에선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 저녁 메뉴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8월21일 오후 8시 이전



검찰에 따르면 엄마와 아들은 이 시간 이전에 저녁으로 스파게티와 닭곰탕을 먹었다.



8월21일 오후 8시40분~49분



출판 일을 하던 B씨는 이날 오후 8시40분쯤 업무 관련 이야기도 관계자와 나눴다. B씨의 언니, 오빠와의 채팅방에서도 오후 8시49분까지 대화가 오갔다.



8월21일 오후 8시56분



이때 남편 A씨가 집에 찾아왔다. 그는 작업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아침에 아내에게 문자가 와 C군이 만든 걸 가져다 달라고 해서 시간에 맞춰 갔다"고 했다.



8월21일 밤 10시(남편 주장)



A씨 주장에 따르면 그와 아내, 아들은 밤 10시가 넘어 함께 잠이 들었다. 새벽 1시35분까지 잤다.



8월21일 오후 8시~22일 0시 사이(검찰 주장)



검찰 및 법의학자 측 주장에 따르면 B씨와 C군, 모자는 이 시간에 살해됐다. 부검 결과, 이들의 위 속에서 토마토와 양파 등이 나왔다.

법의학자인 유성호 서울대 교수는 "저녁 8시에 식사를 마쳤으면, 다음날 0시쯤엔 위 내용물이 비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제가 2000건 넘는 부검을 했는데, 사망 시간 추정 범위를 벗어난 건 거의 없었다"고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남편은 0시쯤 경마 관련 어플에 접속한 흔적이 발견됐다. 약 4분 정도다.



8월22일 새벽 1시35분쯤(남편 주장)



A씨에 따르면 그는 아들 C군의 잠꼬대에 잠이 깼다. A씨가 집에서 나올 때 아내와 아들은 살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22일 새벽 1시35분쯤 작업장으로 떠났다.

그의 검은색 SUV 차량은 집 앞에 주차돼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그의 차량 블랙박스 저장 장치는 발견되지 않았다.



8월22일 오전, 오후


B씨와 그의 어머니는 함께 집을 보러 가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B씨가 연락이 안 됐다.




8월22일 밤 9시쯤


B씨 친정 식구들은 이날 밤 9시쯤 그의 빌라에 찾아갔다.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8월22일 밤 11시쯤


가족들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살해된 B씨와 6살 아들 C군을 집 안에서 발견했다.

B씨는 아이 쪽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고, C군 얼굴 위엔 베개가 덮여 있었다. B씨는 반팔 티셔츠에 속옷을, C군은 얇은 내의 차림이었다. B씨는 칼로 목 부위에 11차례, C군은 세 차례 집중 피습됐다.

몸에 방어 흔적은 없었던 걸로 미루어, 검찰은 범인이 잠든 모자의 목 부위만 고의로 노려 단시간에 살해한 걸로 추정했다.

현장 감식을 그 때부터 17번 했으나, 외부 침입 흔적도 지문과 족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라진 귀중품도 없었다. 범행 도구도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과 검찰이 주목한 범행도구는 B씨 집에서 사라진 칼이다. 8년 전 B씨 어머니가 스페인 여행서 사온 6개짜리 칼 세트다. 제일 작은 과도는 친정집에서 썼고, 현장서 발견된 건 네 자루 뿐이었다. 칼날은 매우 예리할 것으로 추정됐다.

욕실 세면대 배수구, 빨래 바구니 수건에선 피해자들 혈흔이 발견됐다. 수건에선 A씨 DNA가 함께 검출됐다. 이에 대해 A씨 부모는 "같이 자고 밥을 먹는데 DNA가 안 나왔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했다.



8월22일 밤 11시36분쯤


A씨가 아내 B씨와 아들 C군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장인어른 D씨가 A씨에게 "B가 갔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질환 관련 정보를 블로그에 검색했다. 영화를 보기도 했다.



10월7일 A씨 검거


B씨와 C군이 살해된 지 50여일 만에 용의자가 체포됐다. 남편 A씨였다. 살해 현장에서 주변 침입 흔적이 없고, 부검 결과 나온 위 내용물을 통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면 남편과 있을 때 사건이 벌어졌단 게 주요 이유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는 새벽 1시35분쯤 집을 나섰고, 그땐 아내와 아들이 살아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2020년 3월31일



검찰은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잔혹한 범행 수법으로 피해자들 목숨을 앗아가고도 반성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이 제기한 A씨 범행 동기는 내연녀와 경제적 어려움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B씨와 결혼할 당시부터 불륜에 빠졌다. 최근 1년간 내연녀와는 2400여회, 아내와는 100여차례 통화했다. 만화 영화를 보고 싶단 아들과 만남을 거절한 뒤 내연녀와 10시간 함께 있기도 했단 게 검찰 주장이다.

A씨가 가족에게 일말의 정도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해자인 아들은 아빠 준다고 사온 초코바를 아무도 못 먹게 하고 기다렸지만, 피고인은 차가운 칼날로 아들의 마음을 이 세상에서 베어버렸다"고 했다. 이들 장례를 치르던 시간엔 영화를 보고, 경마 및 유머 게시판을 조회했다고도 했다.

특히 검찰은 도예가인 A씨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했고, 지난해 5월부터 경마에 빠져 지냈다고 했다. 아내 B씨는 A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다 부부 관계 악화 후 지원을 끊었다. 사망 보험금을 받아 공방 운영과 도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그가 이혼 위기를 넘기던 과정이라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범인이란 증거가 부족하며, 법의학자가 말한 사망시간 역시 추정일 뿐이라고 했다.

A씨 역시 아내와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며, "그 누구보다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 남편이고 아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방에 가지 말고 그냥 계속 잘 걸 내가 너무 밉다"며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하고 후회스럽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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