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외교부 기밀문서 살펴보니…'임수경 방북' 누락된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0.03.31 15:19

[the300]

30년 전 해외에서 공무수행중이던 대통령 특사가 군사 쿠데타로 인해 현지에서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31일 공개한 1989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9년 6월30일 아프리카 수단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공항이 폐쇄됐다. 당시 수단을 방문중이던 조상호 대통령 특사가 현지에서 고립됐다.

수단 주재 대사관에서는 외무부 본부 지시에 따라 정부와 공항을 상대로 특별교섭을 벌였다. 결국 7월2일 파리로 향하는 항공편이 마련됐다. 조 특사는 무사히 수단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조 특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과 체육부 장관을 지냈다. 수단 전엔 오만에서 특사 임무를 수행했다. 수단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특사 임무를 마친 뒤 귀국했다.

같은 해 필리핀에서도 쿠데타로 인해 한국 공무원의 발이 묶이는 일이 있었다. 12월1일 조규광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아시아 대법원장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다. 현지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공항이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외무부 본부는 현지 공관에 쿠데타 관련 외교적 대응을 지시했다. 아울러 현지 교민 보호를 위한 긴급 소통과 조 소장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

조 소장은 12월1일 오전 7시30분 예정된 귀국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그대신 마닐라 시내 호텔에 체류하다가 정부군이 반군을 제압한 다음날인 12월4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외교 기밀문서는 1577권(24만여쪽) 분량이다. 외교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마련된 '연례 외교문서공개제도' 시행에 따라 1994년부터 연례적으로 일부 극비를 제외한 기밀문서를 국민에 공개하고 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3.25/뉴스1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임수경 방북 사건'이 누락돼 있었다. 1989년 일어난 일들 가운데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사건이 빠진 것이다.


임수경 방북은 임종석 전 청와대 실장 등 '전대협' 출신이 기획, 주도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서에는 노태우 정부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와 수교하기 위해 거액의 차관을 건넨 사실과 아키히토 당시 일왕의 방한 관련 사항 등 노태우 정부 초기 주요 이슈들이 포함됐다.

당시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 이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각종 외교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에는 북한 외교관이 한국 외교관에게 임수경 구속 건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장면이 담겼다. 중남미 페루 주재 리인춘 북한통상대표는 한국 대사를 만나 "임수경은 왜 구속하는 것이요"라고 추궁했다.

또 문서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정부 관계자들이 임수경 구속이 부당하다며 한국 정부를 비방했다고 보고한 내용도 담겼다.

임수경 방북 내용이 공개문서에서 누락됐다는 지적에 외교부 당국자는 "기밀방북했는데 외교문서가 있을까?"라며 "방북하는 과정에서 하나라도 생산됐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이 당국자는 "예컨대 외교문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에 관한 문서이기에 그런 사항이 결정하는데 작용했을 것"이라며 "원천적으로 관련 외교문서가 많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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