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병원의 코로나19 사투…머리붙은 쌍둥이 수술의사도 사망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20.03.31 16:11

의료진 개인보호장비(PPE) 부족 큰 문제로 지적

뉴욕시 의사 코넬리아 그리그의 트위터/사진=트위터 화면캡처
"나의 아이들은 너무 어려 이 글을 읽을 수 없다. 보호장비를 갖춘 나를 알아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나를 잃는다면, 엄마가 의사로서 할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미국 뉴욕시 의사인 코넬리아 그릭스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릭스는 소아과 외과의사 펠로우(전임의)이지만 코로나19 현장에 투입됐다. 트위터에 올린 이 사진 속 그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레벨D 방호복이나 N95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아니다.

그릭스는 30일(현지시간) CNN과 짧은 인터뷰에서 "개인보호장비(PPE)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매일 병원에 가는 것이 불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 같다"면서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의사로서, 부모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CNN은 또 머리가 맞붙은 채로 태어난 13개월 쌍둥이 분리 수술을 했던 뉴욕의 신경외과의사 제임스 굿리치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속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에서 기업 종업원들이 의료진과 병원에 공급할 보호장구를 만들고 있다. ⓒ AFP=뉴스1


"개인보호장비 없이 코로나19 환자 진료"


코로나19 전염병 사투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이 개인보호장비 부족으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사망하는 일이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르고 있다.

PPE(Personal Protection Equipment)는 방호복, 가운, 마스크, 고글, 장갑, 캡, 쉴드(안면보호대) 등 감염예방을 위하여 의료종사자가 착용하는 개인보호장비를 의미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의료진이 일주일 내내 1개의 마스크와 가운으로 버티는 경우도 많다. 원래 PPE는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 1명을 본 후 혹은 한 차례 병원 내 환자들을 돌보고 난 후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같은 방호복을 입거나 마스크를 쓰는 경우 다음 의심 환자에게 코로나19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의료진 감염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웨스트병원에서 쓰레기봉투를 입고 코로나19와 싸우던 간호사는 코로나19에 걸려 숨졌다. 48살의 간호사 카이우스 조든 켈리는 약 2주일 전만 해도 2명의 다른 간호사와 함께 비닐로 된 쓰레기봉투를 보호복으로 입고 병원 복도에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브렉시트'로 인해 최근 EU 차원의 PPE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못한 영국도 PPE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던 의사 2명이 사망했다. CNN은 "영국의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며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항암치료를 받아야하는 일반 환자는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런던=AP/뉴시스]25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영국 런던의 전시장 엑셀 센터 밖에 앉아 있다. 영국 정부는 런던 동부의 엑셀 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임시 병원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NHS(국민보건서비스) 나이팅게일'이라고 명명될 이 임시 병원에는 4000개 병상이 들어선다.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5일 오전 기준 9529명이고 사망자는 463명이다. 2020.03.26.


미국 내 PPE 구하기 쟁탈전


트럼프 행정부와 주 당국자들, 민간 병원들은 마스크와 장갑, 그 외 다른 의료 장비들을 구하기 위해 서로 한바탕 경쟁이 붙은 상태이다.

그레첸 위트머 미시건 주지사는 "미시건주에 필요한 PPE의 배송이 지연 혹은 취소되고 있다. 마스크 등이 연방정부로 먼저 가기 때문"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위트머 주지사는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 에릭 가세티 LA 시장이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지금 PPE 구하기로 서로 입찰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하나의 국가로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PPE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며 "감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나 뉴욕주 같은 주들과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 2월 중국에 대량의 PPE를 원조한 것을 두고도 SNS상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을 도운 것인데, 결국 지금 미국이 PPE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 국무부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에 마스크, 가운, 인공호흡기 등 PPE 17.8톤 분량을 원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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