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시장...급한 불은 껐지만 4월도 '불안'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임동욱 기자 | 2020.03.30 17:07
(서울=뉴스1) = 한국은행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사상 처음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돌입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이를 통해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자금을 방출하는 모습. (뉴스1 DB) 2020.3.26/뉴스1
유동성 경색으로 패닉에 빠졌던 단기자금시장이 특급소방수로 나선 당국의 지원에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업어음(CP), 회사채 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다음 달 대규모 만기가 돌아오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기업어음(PF-ABCP) 등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들이 있어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bp(1bp=0.01%포인트) 오른 2.16%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CP 금리가 올랐다는 건 그만큼 단기자금 시장의 수급이 불안하다는 뜻이다. 시장에 CP 공급이 넘치지만, 이를 매입하려는 시장 참여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기업과 은행의 신용도 차이인 CP와 CD(양도성예금증서) 간 금리 차이는 106bp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도 CP 금리 상승세는 지속됐지만 시장은 상승폭이 둔화됐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지난 25일과 26일 CP금리는 각각 22bp, 17bp 급등했다.

시장은 정부의 단기자금시장 지원 프로그램이 CP 금리 급등을 막고 일단 급한 불을 껐다고 평가한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 마저 없었으면 분기말 자금 경색으로 금리는 더 튀어올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30일~31일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통해 최대 3조원 규모로 CP(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회사채 등을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두 은행은 이날 시장상황에 맞춰 자체적으로 일정 규모의 CP매입과 회사채 차환 수요조사 절차를 진행했고 실제로 CP도 사들였다.

최근 CP 수급에 이상이 생긴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증권사의 CP 발행이 크게 늘어 공급 과잉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ELS 증거금 확보를 위해 CP를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CP 금리를 밀어올렸다.

또 한가지는 수요 측면에서도 자금이 메말랐다. CP 유동성 주요 창구 중 하나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크게 줄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3.24/뉴스1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MMF 설정액은 9조601억원이 줄어든 132조8547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기관들과 기업들은 자금 수요가 몰리는 분기말, 반기말, 연말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출금수수료도 없고, 환매도 자유로운 MMF가 주요 대상이 된다. 실제로 같은 기간 법인의 MMF 설정액은 8조8441억원 감소했다.

시장은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AA-등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 대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이날 97bp를 나타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50bp 수준에 머물렀던 스프레드는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함께 급격하게 올라갔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국고채보다 수익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상환 가능성 등 위험도가 더 높은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PF-ABCP를 취약점으로 꼽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지원 대책 대부분이 일반기업 단기자금 차환에 집중되면서 4월에만 10조원의 만기도래 PF-ABCP에 대한 차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에도 PF-ABCP 차환이 어려워지면 매입확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증권사 자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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