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위기 앞 기업과 국가의 그릇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 2020.03.30 05:18

편집자주 |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개인이나 국가나 위기에 직면하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와 그릇의 크기가 드러난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면서 각 나라의 민낯이 여실히 공개됐다. 각국의 의료시스템의 경쟁, 국민의 자질과 민주주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바이러스 앞에 노출됐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대항해 시대의 패권국이었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자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염병의 확산에 우왕좌왕하며 스러지고 있다. G2인 미국과 중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의 경우 사회주의 특유의 국가통제로 초기의 대유행을 넘어서 추가 확산을 막았지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정보의 투명성이 아직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맏형 미국도 뒤늦게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중국을 비난했던 과거의 상황을 자신들 속에서 발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자신감과는 달리 대응에는 실패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정치인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이름을 무엇으로 붙일지, 국경을 막을지 말지를 다투는 사이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행정가들과 의료진, 기업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 그 그릇의 크기를 보여줬다.

특히 정치인들이 전과 18범의 비례후보를 가진 정당을 포함한 투표용지의 길이를 50cm 가까이로 늘린 제도로 기계식 검표가 안되는 시대로 후퇴할 때, 우리 바이오 기업들은 행정가들과 힘을 합쳐 코로나19 발병 2주만에 첨단 검진키트를 만들어 전세계에 수출하는 길을 열었다.

국민들은 개인위생과 자가격리를 하는 등 힘을 모았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지 않았던 의사와 간호사들은 대구 등 위험지역으로 찾아가 사명을 다하고 있다.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했겠지만, 기업들은 앞다퉈 사내연수원을 개방해 경증환자치료센터로 활용하고, 생산성 혁신 전문가들을 중소기업에 파견해 마스크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국난 극복에 앞장 섰다.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스크 원자재 도입을 길을 터고, 기업이 진출해 있는 국가들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코로나19 극복의 첨병 역할을 했다. 국민 개개인이 차분한 가운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은 각국의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각국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 우리나라의 IT 기술과 바이오 기술 등 경제분야의 경쟁력이다. 국난의 시기에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일본과의 전략물자의 수출 갈등에서도 여실히 보여줬다.

구매 파워를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앞에서 일본 정부도 기업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배웠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롯데, 포스코, GS, 한화, 두산 등 글로벌 기업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우리에게는 힘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의 환경에서 우리의 문화와 가치를 잘 지키면서 대응해오고 있다. 스스로의 경영 환경도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난극복을 위해 동참해온 기업들과 의료진들, 행정가들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일부 다른 분야에서는 아쉬움이 여전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했다가 김영삼 정권에 크게 혼이 났지만, 4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그의 말이 크게 틀리거나 바뀐 게 없다는 말을 하는 측이 적지 않다.

국민들의 이 같은 지적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작은 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국난극복에 각 분야에서 모두 힘을 모아 진정한 큰 그릇의 면모를 함께 보여줬으면 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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