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일상, 야동 공유는 취미…그게 다 '성범죄' 씨앗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0.03.28 15:20
'성매매'와 최근 n번방 사건을 필두로 다시 화두가 된 '디지털 성범죄'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둘의 상관 관계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성에 대한 잘못된 풍조, 안이한 인식이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이라 분석했다.



그릇된 성 인식, 풍조가 '씨앗'


이수정 프로파일러./사진=머니투데이db

이 교수는 28일 민음사가 무료 배포한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체험판에서 "여성을 성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성을 사고 파는 걸 범죄라 생각하지 않는 풍조가 디지털 성범죄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성매매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국가이고, 성매매 처벌 수위도 굉장히 낮다"며 이 같은 문화가 잘못된 풍조에 기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식이 '합의 제도' 등에도 반영돼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선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합의하면 양형 인자로 삼는다"며 "피해자와 피해자가 당한 피해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합의 제도 자체를 비난할 수 없는 건, 피해자에게 마음의 위로란 형태를 어떻게 입증하겠느냐는 현실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불법 동영상조차 '성매매 연관 영상'으로 간주



그런 그릇된 풍조·인식이 디지털 성범죄의 씨앗이 된다.

이 교수는 "성을 인격으로부터 분리된 일종의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성과 정상적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 그게 온라인에 모여 범죄적 환경이 형성된 거라 했다. 익명성 뒤에서 분출되는 성적 욕망들이다.

그러니 불법 동영상조차, 성매매 연관 영상이라 간주하게 된다. 이 교수는 "동영상 속 인물의 의사에 반해 찍힌 영상이고, 피해자 자살까지 부르는 범죄와 연관됐다 생각하지 못한다"고 했다.

야한 동영상을 주고 받는 것조차 "별다른 경제적 이득을 얻지 않으면, 취미 생활 정도로 생각한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그러면서 "저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피해자의 '고통'이란


그로 인해 불법 동영상 피해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크다.

이 교수는 "끝없이 퍼져나갈 수 있단 점에서 피해가 막심하다"며 "내가 어디까지 피해를 입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이라고 했다.

이어 "누가 나를 알아보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 때문에 피해자의 심리적인 공포가 엄청나다"며 "심한 우울증 끝에 자살하는 사람까지 있다. 통계상에 집계되지 않은 피해자들"이라고 밝혔다.

특히 "어렵게 신고해도 누가 그런 불법 동영상을 제작, 유포했는지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며 "그 와중에 피해가 2차, 3차로 계속 번지니 피해자는 자포자기하게 된다"고 했다.



"이 문제가 내 문제" 연대인식 중요



이 교수는 "이건 결코 일부 여성 또는 일부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예컨대, 안전한 화장실을 사용하고, 안전한 차량을 타고, 안전한 집에서 사는 여성이 그들의 문제일 뿐이라 생각하는 순간, 동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남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연대할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 외면하는 것 자체가 가해 행위 연장선상에 있을지 모른다"며 "무심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들이 디지털 범죄 만연을 조장하는데 일조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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