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 성향'과 '솜방망이 처벌'이 촉발한 '예배 대란'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20.03.29 13:28

"여호와의 이름" 거론하며 주일 예배 강행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23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0.03.23. mspark@newsis.com
"너희가 하는 짓거리는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 되게 일컫는 것임을 너희들이 모른다는 게 정말 분이 난다."

박중섭 사랑제일교회 부목사는 23일 구속된 담임목사인 전광훈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보수 인사들의 시위 현장에 참석해 마이크를 들고 "돈 300만원 줄게"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로부터 사랑제일교회가 받은 집회 금지 명령에 야유를 보낸 것이다. 명령의 위반 시에 부과되는 벌금이 참석자당 최대 300만원이다. 코로나19(COVID-19)와 관련한 방역 지침을 사랑제일교회가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내려진 조치다. 집회 참석자들은 "아멘" "맞아요"라는 말과 함께 "물려라 물려"란 말로 화답했다.


보수 근본주의 성향 교회 "기름에 불 붙였나"…'솜방망이 처벌' 시각도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일 구속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경찰이 교회로 가는 길을 통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에 대형교회들이 이날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신했지만 사랑제일교회는 집회 성격의 3·1절 예배를 강행했다. 2020.3.1/뉴스1


박 부목사의 말대로 사랑제일교회는 29일 오전 집회 금지 명령에도 주일예배를 강행했다. 서울시와 성북구청 직원 110여명, 경찰 400여명이 배치됐지만, 신도들의 교회 출입을 막지는 못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는 "우리 교회에서는 지금껏 예배를 드리면서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온 적이 없다"며 "그런데 이렇게 서울시와 경찰에서 무더기로 와서 업무를 방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측도 사랑제일교회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라 오늘 예배를 진행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나왔다"며 "지금 예배를 하고 있어서 고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을 사실상 삶의 절대 축으로 여기는 시각이 주무관청의 명령도 외면케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명령위반에 따른 벌칙 조항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랑제일교회는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보수 개신교회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교회는 신앙의 가치를 세속보다 우위에 두는 시각이 매우 강하다는 말도 나온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세속의 나라'보다는 '하나님의 나라'가 우선시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신앙관까지도 충분히 인정해주는 상태에서 자율적 합의를 (서울시가) 도출했다면 종교적인 측면에서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집회금지 명령이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식에 대해선 "방역, 시민 안전의 문제일 뿐"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서울시 일각에선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이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한 법임에도 집회 금지에 따른 처벌의 수위는 미약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벌금형을 외에 현장에서 강제 해산을 할 수는 없다는 점도 제도가 지닌 한계로 거론됐다.


서울시 현장 방문·증거 수집 등 통해 최종 방침 정할듯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구청장 긴급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형사 사건 전문인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형량이 높아진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들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왔다"며 "오히려 벌금이 높아질 경우 교인들이 '순교'하는 심정으로 더 참석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종교 생활과 세속을 교회가 너무 이분법적 시각으로 나눠 생각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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