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민간은 앱으로 하는데…정책융자는 "기다리다 지쳐"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20.03.29 12:26
27일 오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서부센터 입구. 차례를 기다리는 소상공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고석용 기자
"앱에서 공인인증서로 인증만 해주시면 나머지는 서류 없이 저희가 국세청 신고자료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요. 다 되면 앱으로 알림이 오는데 그대로 진행해주시면 됩니다, 고객님."
"개인사업자 대출은 빠르면 2~3일, 최대로 잡아도 일주일이면 가능합니다. 지점 방문은 번거로우니까 서류는 팩스로 보내셔도 되고요"

소상공인들이 긴급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에서 들린 소리가 아니다. 같은 날 전화 속 카카오뱅크와 OK저축은행 고객센터 직원의 말이다. 두 금융회사 직원들은 소상공인 대출 절차와 시간에 이같이 답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코로나19 긴급경영자금 신청을 받은 지 1개월 2주가 지난 27일, 소진공 서울서부센터 입구 앞에는 여전히 대출을 기다리는 소상공인들이 빼곡했다. 정부가 앞서 25일부터 1000만원 대출에 한해 소진공 센터에서 직접대출을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소상공인들은 더욱 많아졌다. 센터 직원들은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에게 연신 둘의 차이를 설명했다.



기나긴 대기줄, '거리두기'는 사치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접수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시스

사람이 몰리면서 '거리두기'는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긴 줄로 대기자들 간 거리는 50cm도 채 되지 않았다. 대기시간도 기약이 없었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에 옷가게를 한다는 대기 소상공인은 "오늘 하루는 아예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도 "오후 장사는 아르바이트하는 이모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과도한 줄서기와 대기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대출의 △'홀짝제'(홀수 날짜에는 홀수년생 소상공인, 짝수 날짜에는 짝수년생 소상공인만 가능) △'서류간소화'(9종→3종)를 시행해 혼선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날부터 시행한 온라인 사전예약시스템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 '홀짝제·서류간소화' 발표할 때…민간에서는 "앱으로 대출"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대출 안내화면(위)과 웰컴저축은행 사업자금대출 안내화면. 두 상품 모두 비대면 대출 상품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바일은행인 카카오뱅크는 물론 저축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출을 '줄서기 없이' 앱이나 전화로 시행한다. 대출까지 걸리는 시간도 이틀에서 일주일이면 가능하다. 대출금액도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최대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고객센터 직원은 "사업자등록증명서 등은 국세청에 등록된 공인인증서 인증으로 가능하다"며 "종이로 제출할 것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뒷북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 많은 소상공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도를 낮춰 직접대출제도를 신설한 만큼 소진공 센터에 소상공인들이 몰리는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앞서 중기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대리대출 병목현상이 심각해지자 긴급경영안정자금 시행 한 달 만에야 시중은행 위탁방안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다음달 1일까지는 시범운영 중이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다"며 "다음달 1일부터 정식으로 직접대출이 시행되면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기부가 시범운영을 진행하는 동안 전국 62개 소진공 센터에는 매일 임시로 가게 문을 닫은 수 천명의 소상공인들이 자격미달, 접수마감 등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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