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경기 악화 방어대책으로 주52시간제 예외 확대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장 경영계 요구가 반영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사안을 다루는 국회가 논의를 미적거리고 4·15 총선까지 겹치면서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52시간제 예외 확대는 아무리 빨라도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제도화할 수 있다.
29일 경영계에 따르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8일 코로나19 극복을 주제로 열린 '청와대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서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과 특별근로시간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며 "노사가 근로시간 문제를 자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탄력근로제, 유연근로제 관련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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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업무 폭증…경영계 "52시간제 예외 확대해야"━
전국경제인연합 역시 지난 15일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주52시간제 근로 예외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긴급 제언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중소기업으로 확대된 주52시간제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산업현장이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경영계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주52시간제 예외 정책은 탄력근로제(이하 탄근제) 단위기간 확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등이다. 주52시간제 확대를 앞두고 지난해 이미 냈던 목소리를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시 키우고 있다.
경영계는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에 대비해 주52시간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깔려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그 동안 미뤄뒀던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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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지난해 논의했지만 합의 실패…사실상 방치━
국회도 지난해 관련 논의를 진작 시작했다. 하지만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총선 모드로 전환했다. 그 사이 주52시간제 예외 정책은 사실상 방치됐다.
탄근제는 일이 몰릴 때 오래 일하는 대신 다른 날 적게 근무해 법정근로시간(40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가령 에어컨, 빙과류 등 계절을 타는 업종 회사는 여름에 일을 몰아서 하고 가을엔 적게 근무할 수 있다. 단 주당 근로시간이 64시간을 넘을 순 없다.
현재 탄근제 단위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단위기간을 6개월까지 넓히겠다고 했다. 이 경우 집중근로기간은 45일에서 3개월로 늘어난다. 정부·여당은 주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기업들이 혜택 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등 야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맞서면서 논의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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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탄력근로제 필요, 선택근로제는 신중"━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는 야당에서 제기한 사안이다. 현행 1개월인 정산기간을 3~6개월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택근로제는 특정 기간 동안 집중 근로를 허용하는 점에서 탄근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지정할 수 있어 주당 근로시간 한도 자체가 없다.
정산기간을 3개월로 늘리면 한 달 동안 일을 한꺼번에 하고 나머지 두 달은 쉬는 게 가능해진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밤샘 작업이 잦은 IT(정보통신)업계에서 정산기간 확대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는 장시간노동을 허용, 노동자 건강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은 주52시간제 보완을 위해 필요한 입법사항"이라며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는 부작용도 많이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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