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급락장세가 진행된 기간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증시 대형·우량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이번 폭락장세로 주가가 하락한 기간을 바겐세일 기회로 삼아 대거 매수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개미들의 행태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지난 5일 2085.26을 기록한 이후 이달 들어 1500선을 내준 후 다시 1700선을 회복하는 과정에 이르는 16거래일간 개인들은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9조1778억원을 순매수했다. 위기 때마다 증시 우군으로 등장하는 연기금 등의 자금도 2조7779억원어치가 유입됐다. 개인과 연기금의 매수세는 이달 들어 가속화된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왕성한 저가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는 11조123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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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전체 순매수의 절반 가량이 삼성전자 1개에 집중━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선제적으로 개발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로도 대거 공급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씨젠(+1451억원)도 개인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 개인 순매수 상위 20위권에는 코스피 주요 업종의 대표 종목들이 차지하고 있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이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종목과 상당 부분 겹치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달 들어 16거래일간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에서 연기금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과 겹치는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모비스, POSCO 등 6개 종목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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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매매패턴과 닮아가는 스마트한 개미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개미들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종전까지만 해도 개인들은 각종 일회성 테마에 일희일비하는 식의 투자를 했음에 비해 최근에는 폭락장세를 기회로 삼아 대형 우량주를 집중매수하는 스마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폭락장세에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 대표주를 매도한 것은 개별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이 아니라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매물을 충분히 받아낼 만한 대표주를 먼저 팔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증시에 진입하는 개미들도 과거처럼 100만~200만원씩을 투자하는 이들보다도 풍부한 금융지식과 자산을 바탕으로 한 번에 수억원씩을 살 여력이 되는 이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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