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개미의 귀환...이번엔 이길까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20.03.28 08:50

[임동욱의 머니뭐니]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주요 증권사 리테일 사업 담당자들은 최근 표정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투자은행(IB) 부서의 그늘에 밀려 찬밥 취급을 받았는데, 최근 상황이 역전됐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고객들이 몰려옵니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사건을 만나 글로벌 경제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는데, 증권사 일부 영업점은 새로 주식계좌를 열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일상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방문한 고객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는 영업점도 상당수입니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증권사 영업점을 찾은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가 급락을 '기회'로 봤음이 분명합니다.

일각에선 개인이 증시로 몰려드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냅니다. 그동안 '개미'로 불리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몰려들었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결과적으로 끝이 좋았던 적이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 같은 상황은 대한민국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합니다. 당시 신문 기사를 보면 숫자만 업데이트하면 시황 기사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사합니다.



1997년 11월 중순 당시 증권시장에 대한 기사 하나를 발췌해 소개합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 팔고, 개인투자자들은 쏟아지는 물량을 사들이는 힘겨루기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하루에 20~30포인트 출렁이는 최근 널뛰기 장은 이들 두 세력이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최근 개인 매수세는 증권사들도 놀랄 정도다. 외국인과 기관은 기회를 잡은 듯 물량을 처분하고, 개인들은 '주가가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기대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개인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에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고, 개인들이 주가를 떠받치는 동안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수그러지지 않으면 주가는 다시 폭락세로 돌아서 결국 개인만 멍이 드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과거 기관매도-개인매수 장세에서 대부분 손해를 입은 쪽은 개인이었다. 
23년 전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저가매수'를 노리고 '사자'에 나섰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습니다. 그때 용감하게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시간이 흘러 결과만 놓고보면 이들의 '저가매수'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국가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던 한국 경제는 회생에 성공했고, 주가는 바닥을 치고 상승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상당한 차익을 남기고 시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문제는 그 이후인 1999년 하반기 IT 버블이 커질 때 뛰어든 개미들 입니다. 얼마 뒤 버블은 터졌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때부터 '증시에 개인투자자가 몰리면 그 때가 상투'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아마 '탐욕'이 '이성'의 눈을 가렸기 때문일 겁니다.

개인투자자는 전문지식, 정보력, 자금력 '3박자'를 갖춘 기관, 외국인에 비해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외국인과 기관 매물을 받아주는 '봉'이 됐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제 개미를 바라보는 시각도 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스마트 개미'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화를 나눈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언론이 '10년 전 잣대'로 개미를 바라보려는 것은 잘못됐다"며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미는 달라졌습니다. 확실히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일단 개인투자자들의 지식 수준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옆 사람 말만 듣고 베팅하는 수준이 아니라, 꾸준히 경제뉴스 등을 챙기고 투자 관련 책도 많이 읽습니다.

IT 기술의 발달로 준전문가 수준의 정보력도 갖췄습니다.

자금력도 상당합니다. 최근 시장이 급락하면서 반대매매가 처할 위기에 놓이자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하면서 버틴 개인투자자도 많다는 전언입니다.

투자 종목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개미들은 일명 '잡주'에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삼성전자가 목표입니다. 삼성전자는 누구나 인정하는 글로벌 초우량 IT기업으로,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입니다.

18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정 좌석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2020.3.18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번에는 개미가 이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이 '저점매수'한 삼성전자는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얼마 전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를 엄청나게 매도한 것은 삼성전자의 가치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한국 시장 비중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했다는 겁니다.

한 전문가는 "(기다릴 수 있는) 시간과 (갚아야 할 제약이 없는 자기 소유의) 돈을 갖고 있는 쪽이 이기는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해 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도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진행 상황을 볼 때 앞으로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을 겁니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 기회가 많다는 것은 반대로 잃을 위험도 많다는 의미입니다.

'마인트 컨트롤' 능력을 갖춘 스마트 개미의 성공투자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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