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저격 자경단, 폭로한다며 피해자 사진까지…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 2020.03.29 09:30
n번방 가입자를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스타그램 한 계정이 지난 24일 올린 게시글. 실제 게시글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안 돼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n번방 가해자 등을 저격하는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저격을 넘어 피해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의 구독자 수가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피해가 심각하다.



'n번방' 저격 '자경단' … 오히려 '2차 가해' 우려


지난 24일 해당 계정 구독자들이 단 댓글. 2차 가해일 수 있으니 지워달라는 요청이이었지만 계정이 정지돼 삭제가 어렵다는 답글이 달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지난 24일 n번방 가입자들을 저격하는 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인능욕'이라는 성범죄 행위들을 하는 사이트 주소와 계정을 노출했다. '박사' 조주빈 검거 이후에도 이 같은 성착취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게시물에 피해자들의 사진이 여과 없이 게재됐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사진과 구체적인 성적 험담을 모자이크 없이 적나라하게 게시하며 2차 가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성범죄 사이트 주소, 계정 등을 그대로 노출하고 범죄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등 마치 범죄 행위를 홍보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글이 올라오자마자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자이크 없는 게시물로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으니 글을 삭제하든 수정하든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정 관계자는 하루가 지나서야 '실수'로 모자이크 없이 글을 올렸으나 계정이 정지돼 삭제가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다른 인스타 계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당 계정은 합성 사진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사진을 제대로 된 모자이크 없이 올려놓았다. 계정이 가해자들을 저격하려는 것인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려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해당 계정 관계자는 수천명에 달하는 구독자들의 제보를 통해 n번방을 규탄 움직임을 계속해왔으나 이 같은 부주의한 행동으로 이미 여러 차례 계정 정지를 당한 전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계정은 사라진 상태다.


계속 늘어나는 '자경단'들 … "경찰 불신에서 비롯돼"


인스타그램 검색란에 'n번방'을 검색하면 나오는 n번방 저격 계정들. 많게는 수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어 잘못된 정보가 퍼질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이처럼 성착취영상물 유포 관련 가해자를 저격하는 일명 '자경단'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스스로 가입자들을 처벌해 단죄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의 이 같은 행동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기존 피해자를 넘어 새로운 피해자까지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도 이들이 n번방 가입자라며 한 남성의 신원을 공개했지만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경찰 등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통해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 같은 부작용에도 n번방 저격 계정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국가가 주도했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국가기관이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태도를 확고히 해 신뢰감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n번방 저격 계정이라고 할지라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면 수사를 통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사도 표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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