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아까운 학생·빈방 속타는 주인, 대학가는 지금…

머니투데이 박수현 인턴기자 | 2020.03.30 06:17
3일 신촌 대학가 풍경. 거리에 사람 한명 다니지 않는다. 방학 시즌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동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 /사진=장시복
#늦어진 개강이 대학가 원룸촌의 경기를 얼어붙게 했다. 경희대학교 인근에서 부동산을 하는 A씨는 "방을 구하는 학생이 아예 없다"고 했다. A씨는 "작년 동월 대비 거래가 70% 정도 줄었다"며 "원룸 임대도 매매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줄어든 거래는 고스란히 대학가 원룸 임대 통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2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올해 1월 서울시 원룸 평균 월세는 55만원으로 작년 말부터 2개월 연속 오름세였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는 54만원으로 작년 7월 이후 최고 시세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2월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는 대폭 하락세로 반전했다. 서울 회기동 경희대 주변 원룸 월세(43만 원)가 전월 대비 9% 하락했고, 신림동 서울대(38만 원)도 같은 기간 5% 내렸다. 또 고려대(42만 원), 한양대(46만 원)도 각각 5%, 4%씩 하락했다.


살던 사람 떠나고, 오는 사람 없는 대학가 원룸촌


(서울=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 게시판에 원룸 및 하숙집 공고가 없어 썰렁하다. 2020.3.20/뉴스1
찾는 사람 없는 대학가 원룸촌에서 임대인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한양대 인근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B씨는 "임대하는 여섯 가구 중 한 가구가 현재 공실"이라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대학 개강이 미뤄져 다른 임대인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주변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C씨는 한 달 넘도록 방이 비어 있어 고민이다. C씨는 "비싸지 않은 방이라 학기 초에는 무조건 나가는 방인데, 나가기는커녕 한 달 가까이 보러 오는 사람이 아예 없다"며 "올해는 코로나 사태를 고려해 월세를 많이 내렸는데도 이 모양"이라고 말했다. C씨의 원룸은 이전 세입자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에 살았지만, 지금은 보증금 300만원 월세 35만원에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임대업뿐만 아니라 대학가 전체가 침체에 빠졌다. C씨는 "유학생도 대학생도 없고, 대학가에 발길이 끊기며 상점가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었다"며 "방이 빈 이유도 건국대 인근이 직장이던 세입자가 일자리를 잃고 지방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계약은 마쳤는데…월세만 나가고 개강은 멀고


(서울=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캠퍼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에 대해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 바 있다. 2020.3.23/뉴스1
임대인은 월세가 내려 울상이지만, 학생들은 헛돈이 나가 속이 탄다. 대학가 원룸 계약은 통상 1~2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연초 방을 구해놓은 학생들은 이미 코로나19 여파가 있기 전 지금보다 비싼 시세로 계약했다. 머니투데이가 만난 학생들은 "월세가 떨어진 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양대 3학년 D씨(23)는 군 전역 후 복학했다. 2월 말 학교 근처 왕십리에 월세 45만원짜리 방을 구했지만, 온라인 강의만 진행 중이라 사실상 필요 없는 돈을 쓴 셈이다. 같은 대학 3학년 E씨(21)도 지방 부모님 댁에서 지내면서, 서울 원룸 월세로 매달 55만원씩을 낸다.


연세대 3학년 F씨(23)의 원룸은 전세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F씨는 "보증금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월세만큼은 아니지만 이자가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코로나19에 따른 오프라인 개강 연기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본다. D씨는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답답하고 돈이 아깝겠지만, 더 이상의 확진자 없이 상황이 종료되면 좋겠다"고 했다.


학교 근처도 못가는데…유학생은 더 답답하다


(서울=뉴스1) =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22일(현지시간) 3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온 뉴욕주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처는 뉴욕주 전체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New York University (NYU) 캠퍼스가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어 한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쿠키뉴스 제공) 2020.3.23/뉴스1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며 '온라인 개강'도 세계로 번졌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대학은 일찍이 2월 말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고, 미주·유럽 각국도 오프라인 수업을 취소하고 온라인 수업에 나섰다. 이 때문에 해외 대학을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꼼짝없이 외국 빈방에 월세를 내며 국내서 수업을 듣는다.

중국 대학에 다니는 G씨(23)는 현지 원룸에 한 달에 2800위안(약 48만원)을 낸다. 특히 중국 정부는 28일부터 중국 비자와 거류허가증을 가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 언제 원룸에 가볼지 기약이 없다. G씨는 "중국은 보증금으로 세 달치 월세를 내고, 세입자가 계약 기간을 어기면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구조"라며 "중국에 못 가니 짐을 못 빼고, 보증금도 잃을 수 있으니 빈방에 월세를 낸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H씨도 "(유럽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오프라인 수업이 취소되고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라며 "한 달에 원룸에 80유로(약 11만원)씩 월세를 지출한다. 온라인 수업을 들어 월세가 아깝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별수 없어서 그냥 내고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