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26일 석유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이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제 1 NCC 공정과 EPDM(Ethylene-Propylene Diene Monomer·합성고무제조공정) 공정을 가동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점은 올해 12월부터다. 가동중단 이후 구체적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설비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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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산업 '효시' 역사속으로...━
이 설비의 연간 에틸렌 생산 규모는 20만톤이다. 이 공정이 중단되면 SK종합화학의 에틸렌 연간 생산량은 87만톤에서 67만톤으로 줄어든다. NCC공장에서 원료를 받아 생산하던 3만5000톤 규모의 EPDM공정(1992년 상업가동 개시)은 2분기 내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회사가 이 설비의 가동 중단을 결정한 배경은 가동경제성 둔화다. 약 반세기 전 만들어진 탓에 이제는 수율이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LPG(액화석유가스),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 투입으로 원재료 시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근래 설계된 NCC 대비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곧 업계에서 신규 건설될 NCC 물량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예정이어서 이 같은 가동경제성 둔화 문제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예고된 상태였다.
2018년을 기점으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정통 석유화학사는 물론, 정유업에 뿌리를 둔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너도나도 NCC 투자에 나섰다. 관련 총 투자금액이 15조원을 넘었고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설비가 가동된다. '노병'으로서는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마침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이 다운사이클(불황국면)에 진입한 것도 설비 가동중단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15~2017년 초호황을 누린 업계는 2018년을 기점으로 이익이 줄어들기 시작한 상태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신증설의 영향에 따른 공급과잉, 노후 설비에서 오는 경쟁력 저하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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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업구조 고도화━
회사 관계자는 "고부가 패키징 사업을 차세대 성장 주력 분야로 선정하고 관련 글로벌 M&A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 확보해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종합화학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 중인 프랑스 폴리머 업계 1위 업체 아르케마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 인수를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한다. 이에 앞서 SK종합화학은 2017년 미국 다우로부터 접착층과 차단층 핵심소재인 에틸렌 아크릴산과 폴리염화비닐리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보해 경쟁력 있는 고부가 화학사업에 추가 진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업체가 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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