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쓰다듬으며 '괜찮다'"…즉시 항의 안해도 '강제추행죄'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 2020.03.26 12:32

성추행 당시 곧바로 항의하지 않았더라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동원)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허모씨(52)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허씨는 A그룹의 운영자로 2016년 2~3월 한 노래방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직원 B씨(여·27)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힌 후 귓속말로 "일하는 것 어렵지 않냐. 힘든 것 있으면 말해라"고 하면서 갑자기 B씨 볼에 입을 맞췄다.

이에 놀란 B씨가 "하지 마세요"라고 했음에도, A씨는 "괜찮다. 힘든 것 있으면 말해라. 무슨 일이든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하면서 오른손으로 B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쓰다듬는 등 강제추행했다.

1심은 유죄로 봤지만,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단을 내렸다.

2심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면서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가 기습추행에 해당하더라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유형력 행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지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 모두 기습추행으로 보게 되면 형벌법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심히 훼손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쟁점은 기습추행이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당시 피해자가 항의하거나 반발하는 등 거부의사를 즉각 밝히지 않아도 강제추행죄 성립이 부정될 수 있는지다.

대법원은 "기습추행의 경우,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며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인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로 보고 추행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오히려 피고인의 신체접촉에 대해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근거 역시 찾아볼 수 없다"면서 "당시 다른 직원들도 함께 회식을 하고나서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던 분위기였기에 피해자가 즉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인의 행위에 동의하였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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