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가 낸 코로나 검사비도 보험금 줘라? 이상한 금감원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20.03.25 13:38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94명으로 늘어난 11일 서울 코리아빌딩 앞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금융당국이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검사비에 대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전 보험회사에 전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가입자가 부담한 비용이 없는데 보험금을 주는 것은 실손보험 상품 취지에 맞지 않아서다. 당국은 코로나 19와 관련한 보험금 청구 민원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오히려 민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다 내는데 실손보험금 주라고?



25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은 최근 코로나 19 검사 후 실손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의사 진찰을 받고 검사가 진행됐다면 검사비 본인 부담 여부와 관계 없이 실손보험에서 보상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금감원의 의견"이라며 관련 내용을 전 보험사와 공유하라는 이메일을 보험협회에 보냈다.

코로나 19 검사비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가입자가 자기부담금을 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즉, 안 냈더라도 보험금 주라고 권고한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19 검사비는 건강보험과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의사의 소견서를 받은 환자는 본인이 한 푼도 안 내고 검사를 받는 다는 점이다.

감염병 관리법에 따라 코로나 19 감염증 환자 등의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과 국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진료비 중 건강보험 급여항목이나 의료급여 부담금은 건보공단이, 환자 본인부담금과 비급여항목은 국가나 시도 보건소 등에서 지급한다.

물론 검사비와 치료비를 전액 정부가 지급하더라도 환자가 질병을 보장하는 건강보험 등에 가입했으면 입원 일당을, 사망 시에는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치료한 비용을 보상하는 실손보험의 경우는 다르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진료 중 자기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비용 발생이 전혀 없는데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일종의 이중지급에 해당한다. 선량한 가입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보험금 누수가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감원 측은 해당 의견이 실손보험금을 이중지급하라는 권고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일부 선별진료소를 찾은 환자들 중 의사소견서 확인이 늦어지는 등의 이유로 자기부담금을 내고 온 후, 보험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입장을 안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 약관상 의사의 임상적 소견과 관련없는 비용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만약 코로나 19 검사를 받고도 자기부담금을 냈다면 병원의 잘잘못을 떠나 보험사가 주는 것이 맞다는 답변이었다"고 했다.

이어 "국가에서 검사비를 다 주는데도 실손보험금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금 지급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을 전달받은 후 국가에서 검사비를 전액 부담하는 데도 실손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와 의사의 소견서가 없는데도 검사를 받은 가입자에 대한 검사비 지급 여부 등을 금감원에 추가로 질의한 상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보험금 주는 게 소비자보호?



업계는 금감원의 입장이 소비자보호는커녕 추후 불필요한 민원을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본다.

병원 측의 행정적 착오 등으로 인해 환자가 내지 않아도 될 자기부담금을 냈고, 이로 인한 민원이 보험사로 제기된다면 적합한 절차에 따라 자기부담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안내해야지 일단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민원이 발생할 경우 보험사들도 무조건 보험금을 못 준다고 할 게 아니라 가입자에게 환급 방안 등을 충분히 안내하고, 보험금을 선지급하고 병원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적극 협조하라는 것이 장기적으로 민원을 방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지침일 것"이라며 "일단 보험금을 주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권고는 수 십 개가 넘는 보험사에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코로나 19와 관련한 보험금 청구는 전 보험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금감원이 구체적인 근거나 가이드 라인 없이 단 한 줄의 메일로 의견을 전달한 것이 전형적인 '그림자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근거 없는 그림자규제나 관행을 중단하고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극히 예외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공식적인 행정지도 절차를 준수키로 했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특정 민원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을 업계 전체에 대해 공유하라고 한 것은 사실상 금감원의 권고 혹은 지침인 셈"이라며 "강제성이 없다고 하지만 금융사들이 감독과 검사 권한을 가진 금감원의 의견을 전달받고도 따르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쟁처리를 하다 보면 업계에서 수시로 질문을 받기 때문에 직무에 대한 통상적인 대답을 했을 뿐 그림자규제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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