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겪고도 지지부진…'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탄력받나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 2020.03.25 04:52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중국 우한에서 3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과 중국국적 가족 가운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COVID-19) 의심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들어서 있다. 2020.2.12/뉴스1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진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관련법이 마련됐지만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5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다른 감염병에도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지금부터라도 감염병 전문병원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촉구


감염병 전문병원은 감염병의 연구·예방, 환자 치료, 전문가 양성 등의 능력을 갖춘 전문병원이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를 대비해 평상시에도 감염병 환자 진료 및 검사, 감염병 임상 연구 등을 도맡는 곳이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앙 병원과 권역별 병원으로 나뉜다. 일선 병원이 지원하면 정부가 이를 평가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해 예산 등을 지원하는 식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 거점 병원이 있으면 다른 의료기관의 부담이 줄어든다”며 “감염병 전문병원은 평상시에 감염병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중앙감염병병원 등 감염병 전문병원이 없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이 임시로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메르스 종식 후 후순위로 밀려


의료계는 당장 감염병 전문병원 도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때처럼 종식 이후에 감염병 전문병원 도입을 추진할 경우 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관련 법률이 개정되고, 2016년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용역이 진행됐다. 그 결과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5개 권역에 50병상 이상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 운영 중인 감염병 전문병원은 없다. 관련 예산이 계속해서 삭감되고 정책이 후순위로 밀려서다. 2017년 예산 편성 당시에는 중부, 영남, 호남 3개 권역에 35병상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하는 것으로 내용이 축소됐다.

의료계에서는 감염병 전문병원 등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감염병 전문병원의 경우 평상시에는 환자가 적지만 음압병실 등 고가의 장비들을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감염병 전문병원 공모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인센티브 등이 낮아 병원들이 쉽게 지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운영 중인 감염병 전문병원 전무


결국 2017년 국립중앙의료원과 조선대병원만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반대하는 서초구 원지동 주민들과의 마찰로 인해 첫 삽을 뜨지도 못했다. 2018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끝냈으나 최근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소음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감염병 전문병원 관련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예산은 당초 399억원에서 51억원으로 삭감됐다.

조선대 감염병 전문병원도 2021년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예산 확보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결국 2023년으로 운영이 연기됐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메르스 사태 때 이미 감염병 전문병원의 중요성을 몸소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정책이 후순위로 밀렸다”며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에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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