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도쿄올림픽과 동메달 마라토너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20.03.25 03:05
(히가시마쓰시마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노무라 타다히로 유도선수와 요시다 사오리 레슬링선수가 20일 (현지시간) 그리스에서 채화돼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의 항공 자위대 마쓰시마 기지에 도착한 도쿄 올림픽 성화를 성화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 AFP=뉴스1


오는 7월 도쿄올림픽 개막을 향해 당겨진 방아쇠의 총성과 화약연기가 희미해지고 있다. 12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돼 일본 미야기현에 20일 도착한 성화의 불꽃도 계속 불타오를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40만명에 육박하는 확진자에 1만60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도 확산세가 진화되지 못 하는 코로나19(COVID-19)로 사람들이 모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호주, 이탈리아, 캐나다 같은 국가는 일본쪽에 대회를 강행할 경우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완강한 입장이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급기야 23일 국회 답변에서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기 어려우면, 운동선수를 우선 생각해 연기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처음으로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도쿄도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결단에 더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종 결정이 있어야 한다. 사실 도쿄올림픽 7월 개최를 전제로 부흥을 내걸었던 일본의 연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연기가 현실화될 경우 경기장 및 선수촌 유지·관리비와 각 경기 단체의 예산대회 재개최 경비 등 경제손실이 4조5151억엔(51조75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된다. 개최시 기대됐던 1조7000억엔(19조48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올림픽 연기로 인해 경기가 꺾이면 아베 정권에 대한 기대감도 급속히 식을 수 있다. 2012년 재집권 이후 무제한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는 ‘아베노믹스’도 한일 경제 갈등,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약발을 다해가는데다 최근 들어 코로나발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시름하다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20여년간 이어져온 ‘떠오르는 태양’으로 불릴 정도로 구가해온 일본 황금기의 재도래도 기대할 수 없다. 도쿄 올림픽을 끝낸 뒤 올해 10월, 11월경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해온 것은 선거 압승 등 올림픽 후광 효과에 대한 기대였다.

선거에 승리한다면 2021년 9월 이전에 전쟁이 가능한 ‘정상 국가’ 탈바꿈을 위한 평화헌법 9조 개헌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부흥올림픽으로 불러왔던 이유다.
올림픽 개최 강행을 고집해온 아베 총리가 뒤늦게라도 결정을 바꾸겠다고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올림픽을 이용하려는 생각을 고수한다면 그 자체가 문제다.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이 파멸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한 유럽 최고 석학 자크 아탈리(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대 총재)의 경고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아탈리는 도쿄올림픽과 비교될 수 있는 사례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들었다. 런던 올림픽 개회식은 상처뿐인 2차대전 승전과 미국의 부상 등으로 잃었던 대영제국의 위신을 되찾아준 자리라며 영국인들을 우쭐하게 했다.

실제로 ‘누구의 힘도 필요로 하지 않다’는 과신은 4년 뒤 결국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촉발시켰다. 아탈리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일본도 올림픽 이후 영국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림픽 이후 개헌과 진정한 강대국의 징표라며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등을 꿈꾸는 일본은 뜨끔했을까.

사실 아탈리의 경고에 앞서 일본이 잊지말아야 할 인물이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메달리스트 쓰부라야 고키치가 바로 그 사람이다. 자위대원이기도 한 쓰부라야는 역주 끝에 경기장에는 2위로 들어섰지만 트랙 한바퀴를 도는 과정에서 뒤따라오던 영국 선수가 결승점 앞에서 자신을 추월하는 대역전극 앞에 무너지며 3위로 쳐졌다.

동메달도 뛰어난 성적이었지만 비난과 손가락질, 부상에 시달려온 그는 1968년 올림픽을 앞두고 부담감을 이기지 못 하고 세상을 등졌다. ‘국가가 겪게 된 모욕에 대해 마음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올림픽 시상대에서 자책했던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나는 지쳤습니다’였다.

올림픽을 국격 과시와 국운 상승, 장부의 득실로만 보는 지도자들은 선수들, 국민들과 전세계의 선량한 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선수들의 열정과 지구촌의 환호를 위해 도쿄올림픽의 성화는 언제고 타올라야 한다. 물론 탐욕을 버린다는 전제는 필수다.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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