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나온 '9월 학기제', 당장 추진 못하는 속사정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20.03.23 05:51

[the300]與 검토론 들썩..김경수 "공론화 필요"(종합)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에 마련된 돌봄교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김창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9월 신학기제 도입 논의가 달아오른다. 이미 4월 입학이 현실화된 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추가 연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큰 배경이다.

여권 유력인사들이 이 같은 9월학기제 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교육당국은 일단 신중론을 편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1일 "만일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역발상이 나온다"며 "매년 단계적으로 조금씩 늦춰서 2-3년에 걸쳐 9월 학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에서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장점 있기에


9월학기제는 장점이 적잖은 걸로 평가됐지만 전환시 비용과 혼란 등을 고려, 번번이 검토만 한 끝에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례없는 학사일정 차질을 빚은 지금이 오히려 개혁의 적기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22일 "개학이 다시 연기되는 비상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플랜으로 9월 신학기제 전환을 검토해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지사가 "역발상"을 소개한 내용은 김 전 원장의 주장과 같다.

김 전 원장은 자신이 정책위원장인 더미래연구소 보고서 등을 통해 "수시에는 고3 1학기 비중이 가장 큰데, 개학이 5월 이후로 연기되면 정상적인 입시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개학 판단의 기준은 대구"라며 "대구를 제외하고 개학할 수 없고, 대구 초중고 학생만 유급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월학기제의 장점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금의 3월입학제보다 여름방학이 길고 겨울방학이 짧아진다. 야외활동이 가능한 여름에 체험학습 등 다양한 경험기회가 늘어난다.

해외유학생의 국내 유치시 이른바 '싱크로'도 맞다.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 9월이 신학기다.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김경수(오른쪽) 경남도지사가 19일 오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기관인 경상대학교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음압병동을 둘러보면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경남도 제공) 2020.02.19. photo@newsis.com



어차피 4월입학→내년 5월입학?


이에 과거 정부때도 꾸준히 검토한 메뉴다. 문제는 과도기에 학년이 겹치는 등 학교현장의 혼란, 조 단위로 추산되는 전환비용과 같은 디테일이다. 과도한 입시경쟁 개선 등 다른 과제도 많다는 점에서 국민 여론이 결집되기 어려웠다.


청와대 또한 현실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여권의 제안에 대해 22일 "이번을 계기로 논의는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면한 개학 시기 결정, 학교보건 개선 등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기 개편에 따라 입시제도가흔들릴 수 있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문 대통령이 2017년 포항지진 여파로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 일도 있지만, 학기제는 그보다 더 장기적으로 영향이 큰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도 검토는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비용추계, 국민의 수용성 등에 과거와 다른 조건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靑·김경수 "지금 당장은…"


9월학기 찬성 측도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입학시기를 늦추자는 단계적 접근법이다. 올해 4월 입학을 전제로 내년부터 3년간 5, 6, 7월로 입학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7~8월 여름방학을 고려하면 예측가능성을 키우면서 5년 후엔 9월학기가 가능한 셈이다.

김경수 지사는 22일 "지금 당장 시행하자는 제안은 아니다"며 "이번 개학 연기를 계기로 국민들과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공론화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4월 6일 개학을 위해 모든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우리 아이들에게 평온한 일상을 꼭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손대지 못하고 있었던 사안들을 이번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경제사회구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7살 입학 등 학제개편을 총선공약으로 냈다. 이때 9월학기제도 검토할 여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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