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文·朴 정부 탄생…난 국민에 두 번 사과해야"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 2020.03.21 13:16

[the300]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 발간…박정희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정치 경험 담아

2016년 1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킹메이커 역할을 한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0일 회고록을 발간했다.

책 제목은 '영원한 권력은 없다'. 박정희 정권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을 보고 겪으며 느낀 바를 담았다. 책 소개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김종인 회고록"이라 적혔다.

김 이사장은 책에서 "어쩌면 나는 국민 앞에 두 번 사과해야 한다.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모두 국민의 선택이었지만, 국민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준 책임이 크다고 통감한다"고 했다.


박근혜에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주택정책을 발표한 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2.9.23/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김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경제 멘토였다. 2012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 밑그림을 그렸고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혹평했다.

김 이사장은 '내가 사람을 잘못봤다_19대 대선과 박근혜', '하루아침에 등장한 뚱딴지 창조경제_18대 대선과 박근혜' 등 소제목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서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2017년 3월10일, 대통령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되었다. 박근혜는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쫓겨난 대통령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 사례를 보면 친인척의 직접적인 부정과 비리가 대통령 임기 중에 발각돼도 그렇게 탄핵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며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근혜의 죄가 가볍다는 말은 아니다"며 "원래대로라면 1년 뒤에 임기를 다음 대통령에게 물려주고 저택에서 편안히 여생을 즐기며 전직 대통령 대우를 받고 살아야 할 사람이 지금 감옥에 있는 것은 그리 아름다운 현실은 아니다. 우리 헌정사에 또다른 오점으로 남았다"고 했다.



문재인에 "편안하게 임기 마칠 가능성 낮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2016년 1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문재인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김 이사장은 "이 순간 재임하고 있는 대통령도 돌아가는 형국을 보니 편안하게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의 삼고초려로 비대위 대표를 맡아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2번을 받으면서 '셀프공천' 파동이 일면서 당내 갈등 끝에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이사장은 문 대통령의 삼고초려 일화를 공개하며 "문재인은 수줍은 사람이었다. 밤중에 연달아 세 번이나 찾아왔는데 혼자 오는 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함께 왔던 사람들은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다고도 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진 그를 찾아와 "박근혜 후보와 완전히 결별하고 나를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나아 보이지도 않았다"고 문 대통령을 혹평했다. 그는 "문재인 후보는 주변이 좀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그룹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셀프공천과 관련해서도 "모멸감을 느꼈다"며 "비례대표를 하시면서 당을 계속 맡아달라고 이야기했던 사람(문 대통령)이 그런 일이 발생하자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나 몰라라 입을 닫은 채 은근히 그 사태를 즐기는 태도를 취했다"고 했다.


김종인이 돌아본 1960~2000년대 한국 정치


책 에는 스물 네 살부터 지척에서 정치를 경험한 김 이사장의 소회가 담겼다.

박정희 정권 때 '부가가치세'와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과정에 참여한 이야기, 전두환 정권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려 했던 이유, 87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과정,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발탁돼 직면했던 '라면 파동' 등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미래통합당으로부터 공동선대위원장 직은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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