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이러한 위기는 경험하지 못했다. 직원들을 그만두게 하고 휴업하거나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 폐업만 남았다.”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코로나19’(COVID-19) 피해로 주저앉았다. 이들에겐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경제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 조치를 지난 19일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도움과 거리가 있다는데 한목소리를 낸다.
36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570개 협동조합 중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협동조합의 이사장과 회원사 대표들로부터 현장 상황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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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80~90% 감소 또는 매출 0원, 신규주문 0건..."공장 매각·휴업·폐업 줄이어"━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회원사 446개사는 대부분 대기업과 거래하는 1·2차 협력사”라며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중단하고 기계설비를 제작하지 않으면서 수주절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신규 수주가 없는 곳 중에선 지난해 하반기에 수주한 물량으로 겨우 연명하거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달 공장을 매각 또는 문을 닫기로 한 곳이 많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한 회원사 대표는 “금형은 새 제품을 개발할 때 반드시 필요한데 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신규 주문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 금형산업은 수출 2위, 30억달러의 수출규모를 기록하지만 주요 수출지역인 일본, 유럽 등의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내수업체의 경영난도 심화한다. 당장 개학이 4월로 연기되면서 학교급식 공급업체들의 매출액은 0원이다. 김호균 급식조합 이사장은 “38년 동안 사업하면서 월 매출액이 ‘0원’을 찍은 적은 처음”이라며 “직원들에게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주고 임대료와 기존 대출이자까지 더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감염 문제로 외출이나 나들이를 삼가면서 고속도로휴게소 업종은 평균 매출이 80~9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도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매출이 평소 대비 50% 이상 줄어들었다고 추정했다. 우신구 한국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보험사고차 지정센터나 자동차 브랜드 수리업체의 매출은 반토막났다”면서 “동네 카센터들은 폐업 상황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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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뿌리산업·노동집약 제조업은 고사위기"━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쳐 4월부터 문을 닫겠다는 업체가 많아졌다”면서 “금속열처리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대기업으로 피해가 이어지면서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소재규 완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완구제조 기반은 이미 많이 무너졌다. 인건비가 올라 노동집약산업이 붕괴됐다”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마저 올스톱돼 유통을 못한다. 매출이 70%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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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지원에 집중 '中企 소외'.."법인세 인하·고용유지비 지원 등 필요"━
주보원 이사장은 “소상공인들에게 1000만원을 직접 지원한다는 등 이번 정부 정책이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소외된 기분”이라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균 이사장은 “대출 지원은 빚에 빚을 얹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최소한의 직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고용유지지원책을 더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일시적 자금지원보다 근본적인 규제개선이나 우호적 경영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의현 이사장은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자 면제 △전기세·법인세 인하 △최저임금 업종별 적용 △주52시간 예외 허용 등 파격적 대책들을 임시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재규 이사장은 “정부 지원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획일적이고 단순한 ‘규모’ 기준 지원을 벗어나 현장을 구체적으로 살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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