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사업하면서 매출 0원 처음" 중소기업의 절망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이민하 기자 | 2020.03.23 04:02

매출 90%↓·신규주문 0건, 잇단 휴·폐업



“30년 동안 이러한 위기는 경험하지 못했다. 직원들을 그만두게 하고 휴업하거나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 폐업만 남았다.”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코로나19’(COVID-19) 피해로 주저앉았다. 이들에겐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경제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 조치를 지난 19일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도움과 거리가 있다는데 한목소리를 낸다.

36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570개 협동조합 중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협동조합의 이사장과 회원사 대표들로부터 현장 상황을 들어봤다.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미주로 급속히 확산하는 등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3.18/뉴스1



매출 80~90% 감소 또는 매출 0원, 신규주문 0건..."공장 매각·휴업·폐업 줄이어"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의 최근 한달간 매출은 반토막은 기본이고 신규 수주도 전무했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회원사 446개사는 대부분 대기업과 거래하는 1·2차 협력사”라며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중단하고 기계설비를 제작하지 않으면서 수주절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신규 수주가 없는 곳 중에선 지난해 하반기에 수주한 물량으로 겨우 연명하거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달 공장을 매각 또는 문을 닫기로 한 곳이 많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한 회원사 대표는 “금형은 새 제품을 개발할 때 반드시 필요한데 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신규 주문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 금형산업은 수출 2위, 30억달러의 수출규모를 기록하지만 주요 수출지역인 일본, 유럽 등의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내수업체의 경영난도 심화한다. 당장 개학이 4월로 연기되면서 학교급식 공급업체들의 매출액은 0원이다. 김호균 급식조합 이사장은 “38년 동안 사업하면서 월 매출액이 ‘0원’을 찍은 적은 처음”이라며 “직원들에게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주고 임대료와 기존 대출이자까지 더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감염 문제로 외출이나 나들이를 삼가면서 고속도로휴게소 업종은 평균 매출이 80~9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도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매출이 평소 대비 50% 이상 줄어들었다고 추정했다. 우신구 한국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보험사고차 지정센터나 자동차 브랜드 수리업체의 매출은 반토막났다”면서 “동네 카센터들은 폐업 상황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용인=뉴스1) 조태형 기자 =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 연기를 발표한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농협 학교급식지원센터에 농산물 운반용 카트가 비어 있다. 센터 관계자는 "개학이 연기되면서 출하 및 상품 준비에 차질이 생겼으며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나 시와 함께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3.17/뉴스1



"불경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뿌리산업·노동집약 제조업은 고사위기"


제조업은 경기침체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고사 직전에 놓였다. 주보원 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금속열처리산업은 한국의 6대 뿌리산업 중 하나”라며 “하지만 조선, 자동차 등 업황이 좋지 못한 영향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쳐 4월부터 문을 닫겠다는 업체가 많아졌다”면서 “금속열처리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대기업으로 피해가 이어지면서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소재규 완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완구제조 기반은 이미 많이 무너졌다. 인건비가 올라 노동집약산업이 붕괴됐다”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마저 올스톱돼 유통을 못한다. 매출이 70%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0.3.19/뉴스1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 '中企 소외'.."법인세 인하·고용유지비 지원 등 필요"


중소기업인들은 정부가 발표한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 조치에 대해 “남의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되고 초저금리 대출 지원은 빚에 빚을 더해 빚쟁이만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주보원 이사장은 “소상공인들에게 1000만원을 직접 지원한다는 등 이번 정부 정책이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소외된 기분”이라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균 이사장은 “대출 지원은 빚에 빚을 얹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최소한의 직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고용유지지원책을 더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일시적 자금지원보다 근본적인 규제개선이나 우호적 경영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의현 이사장은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자 면제 △전기세·법인세 인하 △최저임금 업종별 적용 △주52시간 예외 허용 등 파격적 대책들을 임시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재규 이사장은 “정부 지원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획일적이고 단순한 ‘규모’ 기준 지원을 벗어나 현장을 구체적으로 살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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