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년은 왜 '골든아워' 놓쳤나…코로나에 밀린 일반 환자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 2020.03.22 06:00

코로나19 의심 탓에 고열이어도 입원 못해

삽화_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마스크,우한, 우한폐렴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일반 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중심으로 병원이 운영되면서 일반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17세 소년도 코로나19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처음 방문한 병원에 입원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의심증세 있어 제때 입원 못해


21일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인 17세 환자가 사망했다. 이 환자는 체온이 39도까지 올라 지난 12일 경북 경산 중앙병원을 찾았다. 코로나19 의심증세가 있어 선별진료소로 이동해 진찰을 받았으나 당시 선별진료소 운영시간이 끝나 해열제와 항생제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다음날도 환자의 열이 40.5도까지 올랐고, 환자는 다시 경산 중앙병원을 찾았다. X선 촬영에서 폐에 염증을 발견했지만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입원할 수 없었다. 음압격리병상이 없는 상태에서 감염 위험이 있어 환자를 입원시키지 못한 것이다. 환자는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후 5일 만에 숨졌다.

보건당국과 의료진들이 수차례 검사한 결과 이 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내 감염 부담 탓…골든아워 놓쳐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에 집중된 의료상황과 병원 내 감염에 대한 부담으로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발열 증상 등이 있을 경우 우선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면 입원과 진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증상이 다양하다 보니 의료진들도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이같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아닌 급성 패혈증 등 다른 질병일 경우 환자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골든아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든아워는 심장마비나 호흡정지 등 응급상황에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금쪽같이 귀중한 시간'을 뜻한다. 일부 질병의 경우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반 환자들이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망 사례는 이런 현장의 문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별 가이드라인 등 필요"


그러나 일방적으로 병원만을 탓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내 감염이 일어날 경우 응급실 등 병원을 폐쇄해야하고, 접촉한 의료진들을 모두 2주간 격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진들이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분단제생병원 사례처럼 원장 등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제대로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고대의대 예방의학과교실 교수)은 "국민은 의료법에 따라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고, 의료기관은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감염을 막기 위해서 취해야 하는 조치들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충돌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위중한 상태의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등의 제대로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방역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의료전달체계나 의료자원을 정비할 계획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외래에 대한 절차를 코로나19 특성에 맞게끔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들을 의료계에서 내고 있다"며 "그 부분은 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전에 대비해 일반진료 환자도 안심하고, 진료를 받고, 또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사람들은 거기에 맞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며 "방법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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