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패닉셀'(Panic Sell)이 본격화한 지난 9일부터 19일 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200' ETF다. 이 기간 1504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의 상승률을 정배수(1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국내 ETF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크다. 코스피가 오를 때 따라 오르기 때문에 코스피 상승이 기대될 때 매수가 몰린다.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 인버스2×'와 'TIGER 200선물 인버스2×'도 같은 기간 각각 467억원, 156억원 순매수 했지만 KODEX 200 상품보다는 한참 적은 수준이다.
외국인이 매도 행렬을 지속하면서도 코스피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에 가장 많이 투자한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증시 폭락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은 최근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인데,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총 8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9일에는 코스피에서만 1조3000억원 어치를 팔아 치워 일일 순매도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KODEX 200 역시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5거래일 연속 순매도였다. 하지만 13일에는 99억원 순매수로 포지션을 바꾸더니 16일 1645억원 순매수로 규모를 확 늘렸다. 17일과 19일에도 각각 787억원, 204억원 순매수였다.
외국인이 ETF를 대거 순매수한 지난 16일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온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1714.86으로 마감하며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날이다. 이날 장 마감 이후 결국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국내 기준금리를 0.75%로 0.5%포인트 대폭 인하했다.
그 다음 날에는 1672.44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으로 2011년10월 이후 처음으로 1700선을 내줬고 19일에는 역대 최대 낙폭(133.56포인트, -8.39%)을 기록했는데도 KODEX 200 ETF 순매수를 지속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관점에서 현재 코스피가 과매도 상태에 있다는 인식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매수 구간으로 살펴볼때 외국인은 코스피 1600 언저리를 바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세가 감소 추세인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주에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일평균 1조원 이상을 순매도 했지만 이번주에는 일평균 7000억원대 순매도로 다소 진정된 상태다.
정부가 증시안정기금 조성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외국인 입장에서 부담이었던 환율 역시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필요시 양국간 화폐를 교환하는 계약) 체결로 부담이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다시 외국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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