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스와프로 재확인…위안화 중화권은 배제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박준식 기자 | 2020.03.20 16:50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4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4063억2000만달러), 11월(4074억6000만달러), 12월(4088억2000만달러), 올해 1월(4096억5000만달러) 4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월 감소세로 전환됐다. 2020.3.4/뉴스1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9개 국가와 12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하면서 통화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반면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국가들은 경제규모나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 않음에도 배제해 여전한 국가 정치적 거리두기를 반복했다. 미국이 위안화의 국제통화 성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12년만에 통화동맹 재신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 사진=사진부 기자 photo@
20일 한국은행과 기재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등 9개 국가(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과 호주,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스웨덴은 600억달러(약 76조8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덴마크, 노르웨이, 뉴질랜드와는 300억 달러 규모로 계약을 맺었다. 기간은 최소 6개월이고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화동맹 재신임, 재확인 성격이 강하다. 한국 등 9개 국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고, 이번에 다시 글로벌 위기가 닥치자 프로토콜이 다시 반복됐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수단이지만 정치·외교적 의미 또한 크다. 기축통화국을 중심으로 일종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화 국제화를 노리는 중국은 국제적 영향력 강화를 위해 통화스와프를 외교적 수단으로 삼아왔다.

연준이 신흥국 미국국채 투매에 따른 금리하락을 우려해 자동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한국 등 9개국과 계약을 지난 수개월 동안 실무자들과 협의해 12년 전과는 다르게 규모를 키워 새로운 계약을 맺어서다.

지난 1월 기준 외환보유액 상위 10개국 중 이번에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는 한국과 브라질뿐이다. 미국이 국채 역조현상을 우려했다면 외환보유액 상위 국가들과 스와프를 체결했어야 한다. 연준의 이번 조치는 정치외교적 우호관계가 고려된 결정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08년에는 2차에 걸쳐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는데 이번에는 원샷에 9개국과 체결했다"며 "해당 국가들에 대한 재신임 혹은 10년 동맹의 확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확연히 드러난 중화권 배제…미중분쟁 불씨 여전


/ 사진제공=ap
미국은 이번 조치에서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국가들을 배제했다. 순수하게 경제적 이유로 행해진 조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비율이 높고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2008년 당시 3조8600억달러(세계 3위)였던 중국 GDP(국내총생산)는 2019년 13조6082억달러로 세계 2위까지 뛰어올랐다. 외환보유액은 3조1155억달러로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만과 홍콩 외환보유액도 각각 4791억달러, 4457억달러로 세계 6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홍콩은 동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환율 변동성이 커서는 곤란하다. 연준이 코로나 사태 악영향 확대를 우려했다면 빼놓기 어색하지만, 2008년에 이어 이번에도 이들은 배제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연준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통화스와프 협정 확대를 촉구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호주, 중국, 대만, 홍콩 등을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WSJ가 정책결정을 촉구할 수는 있지만, 결정 국가 지목에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위기국면에서 더 심해진 화폐전쟁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효과로 국내 증시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며 출발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일각에서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격상되는 것을 막으려는 미국 의도가 이번 스와프 체결 결과로 나타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기 시작한 2월 중순에 중국 위안화 기준환율 변동성은 의외로 낮았다. 통화스와프가 발표된 전일까지 1달러당 7위안을 중심으로 0.02%~0.33% 내외에서 출렁거렸다.

반면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은 0.75% 절하돼 평소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배제만으로 환율변동성 확대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발표 다음날 환율이 크게 출렁거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공교롭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위기국면에서 위안화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코로나 국면이 지나가면 중국 위안화의 위상이 격상될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위기에도 굳건한 안정적 가치유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연준의 조치 이후 위안화가 다시 불안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시각은 중화권의 희망 사항에 불과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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