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매년 방사성폐기물 480ℓ 누출…30년간 몰랐다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20.03.20 14:46
22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시설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사건조사팀이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12월30일 연구원 정문 앞 하천 토양에서 시료를 채취했고, 올해 1월 6일 이 시료에서 방사능 농도가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3년간 이곳의 세슘137 핵종의 평균 방사능 농도는 0.432 ㏃/㎏ 미만이었지만, 조사 결과 59배 가량에 해당하는 25.5㏃/㎏까지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2020.1.22/사진=뉴스1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은 연구원 내 일부 시설이 정부가 승인한 설계와 다르게 설치·운영된 데 따른 '총체적 부실'의 결과로 드러났다. 1990년부터 매년 액체 방사성폐기물이 시설 외부로 누출됐는데도 KAERI는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KAERI에 안전성 강화 계획을 보고하도록 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원안위는 20일 KAERI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KAERI 측과 시설 지정권한을 가진 과기정통부에 통보했다.


자연증발시설, 정부 승인 설계와 다르게 설치


KAERI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 방출경로./자료=원자력안전위원회

앞서 KAERI는 지난 1월21일 원안위에 연구원 내 일부 시설에서 인공방사성핵종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이 방출됐다고 보고했다. 사건보고 직후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팀을 파견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

조사 결과 연구원 내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우수관을 통해 방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증발시설은 방사능농도가 매우 낮은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수분을 태양열 등을 통해 자연 증발시키는 시설이다.

KINS 조사팀은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된 근본 원인은 시설의 배수시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운영됐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본래 이 시설은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에 이송받은 뒤 끌어올려 증발천에 흘려보내며 태양광에 의해 자연증발 시키고, 남은 방폐물은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설계됐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지하에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가 설치돼 있었다. 이는 인허가 받은 설계에는 없는 시설로, 1990년 8월 건설 당시부터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만들어져 매년 4~11월쯤 운영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전까지 운전자들은 지하저장조 외에 바닥배수탱크가 별도로 설치된 상황을 몰랐고, 1층의 모든 배수구는 지하저장조와 연결돼 폐순환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1990년부터 매년 액체 방폐물 480리터 누출됐다


1995~2019년간 KAERI 정문앞 하천토양 방사능농도 분석 결과./자료=원자력안전위원회

방출량 조사 결과 지난해 9월26일 필터 교체후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에서 액체 방폐물 약 510리터(ℓ)가 외부로 누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매년 11월쯤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터하단 배수구로 연간 470~480리터가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팀은 이에 따른 외부 환경영향을 분석한 결과 외부로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매년 11월 방사성물질이 방출됐지만 하천수 측정치는 모두 최소검출농도 미만이었다. KAERI 정문 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도 지난해 4분기 외에는 특이값이 나타나지 않았다.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연구원내 우수관 표면, 맨홀 토사 등에 흡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엔 9월 운전 미숙으로 방폐물이 방출된 후 10~11월 강수량이 많아 일부 방사성물질이 부지 외부로 흘러나간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방사성물질이 전량 외부환경으로 방출되었다는 가정 하에 연간피폭선량을 평가해 본 결과 "일반인 선량한도(1mSv)의 약 3백만분의 1에서 370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AERI 원자력안전 점검 강화…과기부, 행정처분 검토


20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방사성물질 방출 관련 대전시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1.31/사진=뉴스1

원안위는 이번 사건이 KAERI의 전사적 관리체계와 설계기반 형상관리 미흡, 수동식 운영체계, 안전의식 결여 등 원자력안전과 관련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KAERI의 100여개 원자력·방사선이용시설의 인허가 사항·시공도면과 현재 시설 상태간 차이가 없는지 전면조사를 실시하고, 연구원내 환경방사선 조사지점 확대와 방폐물 관련 시설의 운영시스템 최신화를 지시했다. 또 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의 세부이행 계획을 수립해 다음 원안위 회의에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자연증발시설에 사용후핵연료처리사업 승인을 내준 과기정통부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KAERI에 대한 행정처분을 검토해 조치할 예정이다. 원안위는 자연증발시설을 포함한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정기검사 횟수를 두배로 확대하고, KAERI 현장 상시점검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원안위의 안전규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베스트 클릭

  1. 1 "30세 남성 박대성"…순천 여고생 살해범, 이렇게 생겼다
  2. 2 "아무리 비싸도 5000원!"…대형마트 속 830평 떡하니 차지한 매장
  3. 3 내년부터 5월 15일 '세종대왕 나신 날'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다
  4. 4 로버트 할리, 마약·성정체성 논란 언급…"아내와 대화 원치 않아"
  5. 5 미스유니버스 도전 '81세 한국인' 외신도 깜짝…"세상 놀라게 할 것"